인천 한 경찰이 피의자 신문에 참여한 변호사의 메모를 확인한 변론권과 인권침해 논란(본보 2015년 11월24일 자 7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 등 수사기관은 변호인의 메모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24일 인천지방변호사회와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최근 “경찰이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이 작성한 메모의 확인 등을 요구할 수 없다”며 “남부서장을 상대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도록 관련 교육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의 변호인에 대한 메모제출요구와 확인 등이 사실상 강요가 될 수 있고, 메모 내용이 사생활 영역에 해당할 수 있는 점, 변호전략이 노출돼 조력할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점, 법령에서도 허용하는 기억 환기용 메모까지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앞서 A 변호사는 지난해 10월20일 오후 1시께 남부서에서 피의자 신문에 참여해 진술 내용을 간략히 메모했지만, B 경찰관이 메모 확인을 수차례 요청해 실랑이 끝에 메모를 보여줬고, 결국 A 변호사는 곧바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A 변호사는 “경찰이 의욕을 갖고 수사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인권위 결정처럼 메모를 확인하는 것은 명백한 변론권 침해다”며 “사실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과 다름없는 만큼, 더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경찰관은 “개인 수첩 등에 메모했다면 볼 이유가 없는데, A4 용지에 뭔가를 적어 피의자에게 보여줬고 참고인 역시 부당하다고 문제제기를 해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며 “인권위 결정이 나온 만큼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최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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