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둔 kt wiz 더그아웃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취재진과 만난 조범현 kt 감독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한동안 그라운드 만을 응시했다. 배팅게이지 안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선수들 얼굴에도 웃음기는 없었다. 긴 침묵을 깬 조 감독의 한 마디는 한숨 섞인 한탄이었다. “야구 같지 않아. 다들 시원찮아.”
전날 경기의 영향인 듯 보였다. 23일 kt는 삼성에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끌려간 끝에 2대12로 대패했다. 스코어가 말해주 듯 투타 양면에서 완벽히 밀렸다. 선발로 나선 좌완 정대현은 1.2이닝 만에 6피안타 3실점으로 강판당했고, 이후 등판한 불펜 엄상백, 정성곤, 조무근 등도 줄줄이 삼성 타선에 난타당했다.
타선도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데뷔전을 치른 삼성 요한 플란데를 맞아 6.1이닝 동안 2안타를 때리는 데 그쳤다. 처음 마주한 상대라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론 위로가 되지 않는다. 조 감독도 ‘플란데가 그토록 위력적이냐’는 질문에 “좀 더 지켜봐야지”라며 드라이한 답변을 내놨다.
kt 더그아웃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 또다른 이유는 역시 부상이었다. kt는 현재 주전 라인업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리는 선수 가운데 무려 4명이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유한준, 박경수, 이진영, 박기혁이 최근 부상악령에 휩쓸린 그들이다.
22일 삼성전에서 수비 도중 충돌해 나란히 부상을 당한 유한준과 박경수는 다행히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 박경수는 이날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고, 유한준도 이틀 뒤면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 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이진영 역시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박기혁이다. 주전 유격수인 박기혁은 올 시즌 종아리에 피로도가 쌓여 100%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선 일정에서도 몇 차례 결장을 하곤 했다. 조 감독은 “몸이 안 좋다고 하는데, 조만간 2군에 내려 보내 휴식을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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