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잡던 이종무장군 묘 진입로도 사라진 채 방치

1419년 대마도 정벌 주역
전원주택이 입구 가로막아
道지정문화재 허술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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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소재 경기도 기념물 제25호 고려말 조선초 명장 이종무 장군의 묘 입구에 전원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진입로가 사라져 방문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종무 장군은 왜구가 기승을 부리던 세종1년(1419) 대마도를 공격해 항복을 받아 낸 명장이다.(왼쪽아래 사진은 이 장군의 묘) 김시범기자
백성을 위해 일본 대마도를 정벌하는 등 한평생 왜구 격퇴에 힘쓴 이종무 장군의 묘(경기도기념물 제25호)가 진입로조차 사라진 채 방치, 우리 문화재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24일 용인시 등에 따르면 이종무 장군(1360~1425)은 조선 전기 무신으로 1381년 을진 장군이던 아버지와 함께 강원도에 침입한 왜구를 격파, 1419년에는 대마도를 정벌하는 등 평생 왜구와 싸웠던 위인이다.

 

현재 이 장군의 묘는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광교산 기슭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1972년 후손인 이길현씨가 장수 이씨 문중에서 전해 내려오는 ‘양후공산도(襄厚公山圖)’를 근거로 발견했다. 묘의 크기는 폭 40㎝, 높이 100㎝, 두께 17㎝이다.

 

그러나 현재 이 장군의 묘는 진입로가 사라진 상황이다. 23일 오전 10시께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자 길 끝에는 ‘이종무 장군 묘’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그 방향에는 묘 대신 전원주택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진입로가 있어야 할 공간에 주택이 위치하면서 주택 마당을 가로지르거나 수풀이 우거진 인근 밭을 헤치고 가야만 묘에 갈 수 있었다. 주택 소유주는 “장군 묘를 가려는 관광객들이 무단으로 마당을 가로지르면서 잔디가 훼손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정당하게 내 땅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데 묘로 가는 다른 길이 없다보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위치한 경기도 기념물 제25호 고려말 조선초 명장 이종무 장군의 묘소 입구에 전원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진입로가 사라져 방문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종무 장군은 왜구가 기승을 부리던 세종1년(1419) 대마도를 공격해 항복을 받아 낸 명장이다. 김시범기자
사정이 이렇자 이종무 장군 후손들은 새로운 진입로 개설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정작 시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종중(宗中) 관계자는 “현재 진입로로 알려진 곳에는 주택이 많아 사실상 진입로가 없어 반대쪽의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시에 건의했다”면서 “그러나 시는 아직 묵묵부답”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경기도 지정 문화재인 만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남주 한국문화연구원 실장은 “이종무 장군 묘는 경기도는 물론 용인시의 중요한 문화재인 만큼 지자체가 책임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용인시 관계자는 “현재 진입로 방향 땅은 사유지라 진입로 개척이 어렵다”면서 “이종무 장군 종중 측이 제시한 새로운 길을 만들고자 협의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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