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려도 쉴 곳 없는 고속도로 ‘졸음쉼터’

수도권 32곳 중 8곳이 주차면수 10대 이하
운전자 대부분 그대로 지나쳐… 확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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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인 24일 영동고속도로에 설치된 한 졸음쉼터에서 여행객들이 안전운전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최근 졸음운전에 따른 대형 교통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고속도로 일부 졸음쉼터가 협소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졸음쉼터 추가 설치 및 확장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오후 1시께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용인졸음쉼터. 편도 5차로의 고속도로 본선 옆으로 분리대를 따라 운전자 졸음을 쫓을 수 있는 8개 주차면은 이미 이용객들로 가득찬 상태였다. 

이 때문에 운전 중 졸음을 쫓으려던 운전자들은 졸음쉼터로 진입했다가 곧바로 출발하는 모습이었다. 이 곳에서는 40여분간 차량 15대가 그냥 지나쳤다. 

또 일부 운전자들은 비상등을 킨 채 졸음쉼터 출구쪽 구석에 임시로 정차하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보였다. 운전자 S씨(29)는 “10㎞만 더 가면 휴게소가 있지만 너무 졸릴 땐 그마저도 가기 힘들다”며 “졸음쉼터가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용인졸음쉼터는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영동고속도로 인천방향 이천졸음쉼터와 여주졸음쉼터, 제2중부고속도로 하남방향 광주 상반천졸음쉼터, 중부고속도로 통영방향 안성 일죽졸음쉼터는 주차면이 고작 1개 밖에 없는 상태였다.

 

반면 이날 오전11시께 찾은 영동고속도로 수원 이목졸음쉼터(강릉방향)는 소형차 30대와 대형차 3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또 곳곳에는 벤치와 운동기구, 화장실, 푸드트럭 등 이용객 편의시설까지 갖춰져 휴게소를 방불케 했다.

 

이처럼 일부 고속도로 졸음쉼터가 협소한 것은 졸음쉼터 설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 각 지점마다 상황이 다른탓에 공간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32곳 졸음쉼터 중 주차면수가 10대 이하인 곳이 8곳이나 되는 상황이다.

 

▲ 휴일인 24일 영동고속도로에 설치된 한 졸음쉼터에서 여행객들이 안전운전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전형민기자
이에 전문가들은 졸음쉼터의 사고예방 효과가 입증된 만큼, 졸음쉼터가 보완·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의은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졸음쉼터의 사고예방 효과는 확실하다”면서도 “(졸음쉼터의) 전체 숫자도 늘어야겠지만 기존 시설이 보완돼야 운전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졸음쉼터는 현재 명확한 설치 기준이 없어 이에 대해 전문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진행중”이라며 “연구가 끝나면 표준안을 만들어 졸음쉼터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가 졸음쉼터 설치 전(2010년)과 후(2016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졸음쉼터가 설치된 구간의 사고 발생건수는 161건에서 115건으로 46건, 사망자수는 40명에서 18명으로 감소했다. 이용차량 수도 2014년에 비해 2015년에는 46.5% 증가했다.

구윤모·한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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