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눈먼 경찰… 단순 폭력학생을 ‘불량서클’로 몰아

지난해 사건까지 합쳐 부풀려 발표
경기남부청, 논란 일자 뒤늦게 수정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불량서클’을 적발·해체했다던 경찰이 실적을 부풀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학교폭력 가담자까지 실적에 포함시킨 것인데, ‘실적 부풀리기’란 지적이 일자 뒤늦게 이를 바로 잡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다.

 

2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폭력계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청소년 불량서클 해체 나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 올해 5월1일 이후 9개 불량서클, 206명을 확인해 서클을 해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적발 사건을 ▲서열별로 역할을 분담, 불특정 다수 상대 폭행·갈취하는 등 조직폭력배와 유사한 양상 ▲SNS를 통해 양언니 맺기 등 좋은 선후배 취지가 변질해 집단폭행·갈취 등으로 분류했다. 또 각 유형에 대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사례 중에는 단순 학교폭력을 불량서클로 확대 집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보도자료에 “안산 모 고교 학생 7명은 싸움을 잘하는 ‘짱’부터 각기 역할을 분담, 최근 1년간 급우 1명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트집잡아 폭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혔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사건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피의자인 고교생 7명은 불량서클을 조직하거나 소속한 적이 없었다. 

또 집단으로 피해 학생을 괴롭히거나 때린 적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각각의 피의자들은 “약속을 안지켰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해 학생의 머리를 한 대 치는 등 개별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단순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을 불량서클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밖에도 경찰은 지난해 3월 부천에서 발생한 고등학생 16명의 집단폭행 사건을 올해 4월28일 검찰에 송치해 종결하고도, ‘올해 5월 이후’ 불량서클 사건 실적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청은 ‘또래 학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집단’ 등을 불량서클로 규정하고 있다보니, 단순 학교폭력 학생까지 불량서클에 포함된 것 같다고 해명하고 수치를 정정했다. 정정한 수치는 불량서클은 7개, 서클원은 180명이다.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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