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못견뎌 자해한 女초등생 ‘학부모의 울분’

“성추행·괴롭힘 당했는데 학교는 몰라… 학급교체만으로 무마
정신과 치료받는 딸, 가해학생과 같은 중학교 배정받을까 불안”

“괴롭힘을 당한 딸이 매일 가해학생의 얼굴을 봐야하는 학급교체만으로, 학교폭력 피해 치유가 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딸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시흥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한 여학생이 성추행과 괴롭힘 등 지속적인 학교폭력에 수차례 자해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시흥 J초등학교 등에 따르면 K양(13)은 학교폭력을 이유로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손목과 손등을 흉기로 자해했다. 학교와 담임교사 등은 최초 자해 발견시기인 4월8일부터 상담교사를 통해 K양을 상담했으나 학교폭력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K양은 교우관계 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상담교사에게 학업스트레스 및 가정문제 등으로 자해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양은 부모에게는 “중학교 배정을 앞두고 가해학생들과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는 것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K양 부모는 “가해학생들은 딸의 머리를 잡고 얼굴에 물을 뿌리거나 지우개 또는 풀 등을 억지로 먹였다”며 “그것도 모자라 화장실로 데려가 바지와 팬티를 억지로 벗기고 성기를 보는 등의 성추행까지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K양 부모는 학교 측에 가해학생들이 13가지 유형의 학교폭력을 행사했다고 전했고, 학교 측은 지난 18일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학폭위에서는 K양 부모가 요구한 가해학생들의 전학과 공개사과 등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애초 K양이 진술했던 13가지의 피해사실 중 7가지만이 인정됐다. 가해학생들에게는 5시간의 특별교육 이수 및 서면사과, 학급교체 처분이 내려졌다. 

K양 부모는 “난도질된 딸애 손을 쳐다볼 때마다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면서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가야할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학급 교체만으로 이 상황을 무마시킬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학폭위)처분대로라면 딸이 매일 가해학생들과 얼굴을 맞대야 하는 것도 모자라, 같은 중학교에까지 배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분”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J초등학교 졸업생은 지역 내 2개 중학교로만 진학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일부 피해 사실 중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학폭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인정하는 사실 7가지만 선별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우선이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가해학생의 진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승윤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