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꿈꾸는 소년들 봉사·사랑부터 배워요
이는 뚜렷한 꿈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과 진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소위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인’이라는 꿈을 위해 고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보건의약 관련 부문에서 ‘미래의 의료인’을 꿈꾸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소년들이 있어 화제다.
이들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학창시절에서 벗어나 봉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가 하면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꿈꾸는 소년들, 평택 한광고등학교 Medical Bioscience Club(이하 M.B.C)이 그 주인공이다.
미래의 의료인을 꿈꾸는 M.B.C. 혈압측정을 실시하는 등 보건의약 관련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M.B.C는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약계열로의 진학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이 모인 한광고 중앙 동아리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평택시내 노인요양기관이나 장애인관련기관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록 전문 의료인은 아니지만 의료인을 꿈꾸는 이 학생들은 노인들 옆에 앉아 손자처럼 도란도란 말동무가 돼 주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며 적적함을 달래준다. 또 기관의 부족한 일손에 힘을 더해주고, 혈압측정 등을 도와주는 등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고 있다.
대학 입시에만 몰두해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학생들은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평택시 노인전문병원, 남산요양원, 명성의 집, 두리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꿈나무 지역아동센터,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등에서 나눔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M.B.C에는 현재 20명의 학생들이 봉사활동 중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봉사를 위한 동아리는 아니었다. 지난 2011년 시작된 M.B.C는 11명의 2~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보건신문반’으로, 봉사가 아닌 보건소식을 전하는 신문 동아리였다. 그러나 당시 일부 학생들은 보건신문을 만드는 것 외에 스스로 보건 관련 부문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자신들의 졸업 후 예상 진로분야에서 미리 현장을 체험해보고, 봉사의 의미도 배워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의약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M.B.C 학생들은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며, 비록 많은 일을 할 수는 없는 학생 신분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다는데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2012년부터 보건신문 제작과 함께 평택시내 종합병원 2곳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어려움도 많았다. 대부분 시설들이 그동안 일회성 봉사활동에 지쳐 학생봉사자를 꺼렸던 탓이다. 또 어렵게 봉사를 시작하게 된 노인요양시설 등이 도심이 아닌 외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버스 노선이 없는 등 접근성이 떨어졌다.
자가용 없이 오직 버스만 이용하는 학생들에게는 봉사를 위해 매주 먼 곳으로 가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귀찮고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M.B.C 학생들은 단 한번도 봉사를 빠지거나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같은 노력으로 이제는 평택시내에서 M.B.C의 봉사에 대한 얘기가 많이 회자되고, 기관들의 봉사 요청이 끊이지 않는 등 명실상부 고교생이 주축이 된 봉사동아리로의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은 학생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봉사의 성격을 띠는 동시에 미래의 의료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을 고민하던 끝에 ‘혈압측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혈압측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기계가 하는 자동측정 방식이 아닌 수동방식을 이용할 경우 공기압을 넣는 방식부터 수치를 읽는 방식까지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방식이다. 학생들은 올해 3월 학기가 시작된 뒤 3개월간 수업시간 외 별도의 시간에 모여 담당 보건교사로부터 혈압측정을 배웠다.
3개월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M.B.C 학생들은 우선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혈압 측정에 나섰다. 40~50대 선생님들의 경우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였고, 학생들이 자처한 건강관리 도우미 역할을 환영했다. 현재는 선생님들 외에도일손이 부족한 일부 노인요양시설에서 노인들의 혈압을 측정해 기관의 도우미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간호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라는 3학년 한상민군(19)은 “직접 혈압측정을 하면서 마치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께서 고마워할 때마다 내 손으로 직접 이들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에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또 M.B.C 학생들은 교외 봉사 외에도 틈틈이 모여 보건신문인 ‘Medical Times’를 만들어 각 학급 게시판에 게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각종 보건상식을 알려줄 수 있게 됐고, 마치 의료인이 된 것처럼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이처럼 학생들의 노력과 정성이 더해진 봉사활동은 전국적으로 큰 호평을 받게 됐다. 바로 제23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게 된 것. 경기도 참가팀 중에서는 유일하게 청소년 단체가 수상의 영광을 얻은 터라 그 의미는 더욱 컸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경기도 청소년 자원봉사 경진대회에서 경기도의회 의장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제17회 경기도 청소년 자원봉사대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장상을 받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고교 동아리 활동은 졸업과 동시에 끝나지만 M.B.C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 동아리를 거쳐간 수십여명의 학생 중 90% 이상이 보건의약계열로 진학하는 등 자신의 꿈을 이뤘고, 일부 학생들은 M.B.C에서 지속적으로 했던 봉사가 습관이 돼 현재까지도 해당 기관을 찾아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시기인 고교 시절 보건관련 봉사를 하면서 자신의 진로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2년째 M.B.C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2학년 임형호군(18)은 “보건의약계열 학과에 진학해 꿈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는 못했다”면서 “하지만 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 꿈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M.B.C는 자신의 꿈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하며 꿈을 실현해 나가고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도 긍정의 바람을 전하는 동아리로 거듭나고 있다.
지도교사인 안지현 보건교사는 “M.B.C는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보건의약계열이라는 진로의 뚜렷한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나가는 봉사동아리”라며 “수년간 꾸준히 이어진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각계각층에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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