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道費로 따낸 표절 논문, 반칙이고 편취다

논문 표절도 나쁘다. 그 표절에 우월적 신분이 활용됐다면 더 나쁘다. 본보가 보도한 천동현 경기도의원의 표절 시비가 그 경우다.

천 의원의 박사 학위 논문은 ‘경기도 선택적 맞춤 농정의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다. 베꼈다고 의심을 받는 자료는 ‘경기도 선택형 맞춤 농정 활성화 방안’이다. 한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앞서 만든 용역자료다. 작성자가 직접 기재해야 하는 SWOT 분석표가 같다. 인용된 테이터도 같고, 밑에 붙인 주석까지 같다. 서론에 등장하는 ‘4-H 운동’ 등 고유한 용어도 그대로다. 의심 가는 대목이 수두룩하다. 한 교수는 “베낀 수준”이라고 평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표절의 과정이다. 한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용역을 의뢰받은 곳은 경기도의회다.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받았다. 용역을 주도한 것은 의원 학술 동아리인 ‘경기도농업경영진단연구회’다. 천 의원은 2010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이 연구회 회장이었다. 사실상 그가 주도한 용역이었다. 한경대는 2011년 10월 용역을 끝냈고, 천 의원은 4개월 뒤 문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천 의원에게 박사 학위를 준 곳도 한경대학교다.

지방 의원들의 예산 편취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자기가 따낸 예산이라며 자기가 아는 업체에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드러내놓고 본인 또는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가 수주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신분을 이용한 예산 편취다. 천 의원의 이번 박사 학위 취득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비를 줘서 연구하게 했고, 그 연구 결과를 베꼈고, 그 베낀 논문으로 그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신분과 돈으로 편취한 박사 학위에 다름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천 의원은 심각성을 모르는 모양이다. 본보 취재진에게 “왜 이 시기에 이 같은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보도됐다. 정말 이유를 모르는가.

표절은 반칙이다. 반칙을 지적받으면 해명을 하거나 반성을 해야 한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되물을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 반칙에 도의원 신분과 도민의 혈세가 활용됐다. 의원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진상을 밝히고 도민에 사과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천 의원은 당당하다. 혹시, ‘나만 그랬느냐’는 억울함의 표현인가. 그렇다면, 더 문제다. 의회 내 비슷한 비위가 만연해 있다는 얘기 아닌가. 깊이 폭넓게 조사해야 할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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