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서 집단사육 ‘무더위 취약’
복날 출하 앞두고 고비… 관리 안간힘
산란계도 폐사, 계란 공급 차질 우려
중복을 앞두고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지친 닭들이 폐사하면서 양계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가들은 당장의 고비는 넘기겠지만 육계(식육용 닭)는 물론 산란계(계란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까지 폐사해 계란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26일 오후 2시께 용인시 처인구의 한 양계장. 영상 35도에 습한 기운까지 더해져 ‘찜통더위’였으나 주인 S씨(58·여)는 흐르는 땀을 닦을 시간조차 없이 분주하게 양계장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S씨가 비료포대를 흔들면서 걸어다녀야 4만5천여마리의 닭(육계)이 날갯짓을 하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닭들이 무더운 날씨에 지쳐 움직이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탓인데 이 자세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 배가 뜨거워져 폐사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특히 양계장은 좁은 공간에서 집단 사육하기 때문에 닭들은 무더위에 매우 취약하다. 더위를 쫓으려 대형 선풍기까지 가동됐지만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몇 해 전 폭염으로 집단 폐사의 뼈아픈 시간을 겪었던 S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S씨는 “폭염으로 움직임이 둔해진 닭들이 모이를 잘 먹지 않아 물에 영양제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약 10일 정도만 지나면 지금 몸집의 두 배로 커지는데, 날이 덥고 몸이 무거워지면 폐사할 위험도 커져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4만여마리의 닭(육계)이 모여있는 화성시 장안면의 한 양계장도 폭염으로 인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상당수 닭이 출하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지만, 자칫 집단 폐사가 발생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주인 J씨(43)는 선풍기는 물론 닭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주변에 물까지 뿌리며 더위를 쫓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J씨는 “자칫 폐사라도 할까봐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겠다”고 울상지었다.
육계는 물론 산란계도 폭염으로 폐사하면서 장기적인 계란 공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행히 방학이 시작되면서 당장의 계란 수급에 차질은 없지만 더위가 이어지면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더욱이 국내 최대 계란 부화장(전국 유통 30%)인 안성 인주부화장이 존폐 위기에 처한 상태(본보 2월28일자)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 23일 용인·안성·파주 등 7개 시군의 17개 닭 사육농가에서 5만3천300마리가 폐사하는 등 경기지역에서 현재까지 총 9만여마리의 닭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진경·구윤모·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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