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지 줍는 노인 대책, 뭐라도 시작하라

대한민국 어느 동네에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모습이다. 폐지 줍는 노인의 모습은 어느덧 우리만의 우울한 자화상으로 자리 잡았다. 무상복지가 판을 치고, 각종 수당이 넘쳐 나는 대한민국을 낯부끄럽게 만드는 모습이다. 이 모습을 정리하지 않고는 복지국가를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대책이 없다. 기껏 야광조끼 나눠주고 안전 교육 시키는 게 다다. 그 사이 폐지 값은 ㎏당 60원으로 떨어져 사는 게 더 고단해졌다.

이대로 둘 순 없다. 무슨 수라도 내야 한다.

재활용 정거장 제도가 있다. 지역주민들이 지정된 수거장소에 분리 배출한다. 폐지 줍는 노인들을 여기에 투입한다. 자원관리사로 취직시켜 생활 안정을 도모해준다. 사회 취약 계층의 일자리 확충과 주민 공동체 의식 함양이라는 취지가 있다. 문제는 있다. 선발하는 자원관리사의 수가 턱없이 적을 수밖에 없다. 자원관리사로 선발되지 못한 노인들은 여전히 폐지 줍는 노인으로 남게 될 것이다. 창출될 고용을 정확히 예측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협동조합 방식도 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다. 노인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형태의 고물상을 운영한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될 수 있다. 2012년 은수미 국회의원이 제안하기도 했었다. 문제는 노인들의 자발성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함께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이를 극복할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이 거론될 수 있는데 문제는 예산이다.

직접 돈을 주는 방식도 있다. 지난해 경기도가 처음으로 실시했다. 안산과 안성, 김포 등 3개 시를 대상으로 했다. 당시 1천500여 명의 노인들에게 ㎏당 30~40원씩이 보전됐다. 월 2만원씩이 돌아갔다. 한 달 내내 일해도 10만원을 넘지 못하는 노인들에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현금 지원이 늘면 폐지 줍는 노인이 늘어날 수 있다. 해결책이 아니라 양산책이 돼버리는 셈이다. 이게 ‘2만원’의 딜레마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앞서의 방안들은 많은 지자체들이 이미 검토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를 탓할 수도 없다. 각각의 방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그만큼 크다. 우리 역시 ‘이것이다’라고 내놓을 아이디어는 없는 게다. 다만, 그래도 강조해야 할 한 가지는 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노인들의 목숨을 건 폐지 줍기 행렬을 두고 복지를 말하면 안 된다. 다소의 부작용이 따르는 대책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숙고(熟考)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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