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가 기업들을 지방이 아닌 해외로 내몰고 있다. 2009년 이후 5년간 수도권 규제로 투자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간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보다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이 9개사에 불과한 반면 해외로 공장을 옮긴 기업은 28개사나 됐다. 수도권 규제를 피해 기업들이 지방으로 둥지를 옮긴 게 아니라 아예 투자여건이 나은 해외로 나가버린 것이다. 이 기간 62개 기업이 공장 신·증설 투자 시기를 놓쳐 총 3조3천329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일자리도 1만2천59개를 창출할 기회를 잃었다.
이같은 사실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최근 열린 ‘수도권 규제, 쟁점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밝힌 내용이다. 권 원장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수도권 규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 취지와 상반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지방 발전을 도모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세계적 추세와 수도권 규제의 부작용을 감안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에 의한 계획적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2002년 ‘수도권 기성시가지의 공장 등 제한법’을 폐지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1982년과 1985년 각각 수도권 입지 규제를 없앴다. 이들 선진국이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을 폐지한 것은 대도시권의 경쟁력 강화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불황으로 위기감이 극에 달한 일본은 도쿄를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장 제한법 폐지와 재배치 촉진 등 수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규제 완화로 기업들을 끌어모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실업률도 낮추기 위해서다.
생산기지 유턴 등으로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국제 트렌드와 동떨어진 수도권 규제정책이 국내 기업활동을 저해하고 경제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1982년 도입한 수도권 규제가 기업과 일자리를 해외로 몰아내는 부작용만 드러내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
그런데도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수도권을 옥죄고 있으니 답답하다. 국가적인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도권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 불합리한 규제 철폐를 그렇게 떠들던 정부는 지금 뭘하고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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