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면 날마다 불펜 소모전…SK·kt, 믿고 쓸 투수가 없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 2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불펜 투수만 4명을 투입했다. 선발 박종훈이 2이닝 만에 7피안타(3피홈런) 5볼넷 10실점으로 난타를 당한 탓이다.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최근 프로야구에서 불펜 투수가 한 경기에 4명씩이나 등판한 것은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보통 셋업맨-마무리로 해서 2~3명 정도가 선발 투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날 SK는 고효준, 박정배 등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1~2이닝씩을 책임져야 했다.

 

kt wiz는 29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불펜이 무려 6명이나 나왔다. 선발 정대현이 7대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롯데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날 정대현은 4이닝 만에 4피안타 3볼넷 4실점으로 부진했다. 정대현에 등판한 심재민, 장시환, 엄상백도 나란히 실점을 기록하면서 kt의 불펜진은 잠시도 쉴 틈 없이 가동돼야 했다.

 

최근 SK와 kt의 경기를 보자면 불펜을 소모하는 날이 잦아졌다. 경기당 불펜 투수가 4~5명이 등판하는 날이 예사일 정도다. 확실하게 이닝을 책임져 줄 선발 투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SK는 좌완 김광현의 부상 이후 선발 로테이션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릴 켈리, 브라울리오 라라, 윤희상, 박종훈, 김주한, 김태훈 등이 나서고 있지만 이 가운데 믿음직한 선발 자원은 켈리뿐이다. SK 선발 중 김광현 외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켈리(130이닝)가 유일하다. 윤희상이 최근 2경기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으나 김주한, 김태훈은 물론 박종훈, 라라까지 큰 기복을 보여 불펜들의 대거 출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한 선발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kt도 믿었던 주권마저 최근 경기력이 뚝 떨어져 고민이 가중됐다. 주권은 지난 5월27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최근 5경기에선 평균 이닝이 4.2이닝 밖에 되지 않는다. kt는 이달 들어 조쉬 로위와 라이언 피어밴드를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지만, 이들이 얼마나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줄진 아직 미지수다. 자연스레 부담은 불펜진에 전이되고 있는 모양새다.

 

두 팀 사령탑은 “계산이 서질 않는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5회 이전에 선발 투수가 내려올 걸 예상하고 마운드 운용을 하는 감독은 없다. 더욱이 불펜진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과부하에 걸려 마운드 운용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펼쳐지는 불펜 소모전에 김용희 SK 감독과 조범현 kt 감독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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