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취소 여부는 해당 대학의 권한에 속한다. 학문과 대학의 존엄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와 다른 차원이다. 상식적인 일이다. 표절이란 특정 자료를 베끼는 행위다. 그 행위를 비교 검토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천동현 도의원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래서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표절이라고 볼 부분들이 수두룩해서였다.
그런데도 천 의원은 사과 한마디 없다. 되레 취재 배경을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당 대학 관계자의 고압적인 자세도 이해하기 어렵다. 취재 기자에게 필설로 옮기기 어려운 모욕적 폭언까지 했다. 천 의원과 학교 관계자의 이런 모습에 우리도 의아했다. 그러면서 의심이 들었다. 혹시, 비슷한 비위가 도의회에 만연해 있는 것일까.
취재가 이어지면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바른자치연구회는 3천만원을 들여 ‘읍면동 중심의 주민자치강화 방안’ 등 2개 연구 용역을 모 대학에 의뢰했다. 연구회 회장인 도의원이 그 후 해당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의회복지발전연구회도 1천300만원에 ‘장애노인의 복지서비스 검토 및 정책방안 연구’라는 용역을 한 대학에 의뢰했다. 연구회 회장인 도의원이 이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경기교육발전연구회도 3천400만원짜리 용역을 모 대학에 의뢰했고, 소속 도의원이 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사회복지정책연구회도 3천400만원짜리 용역을 의뢰했고 회장인 도의원이 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해당 도의원들의 학위 논문은 현재 취재진이 분석 중이다. 연구회가 의뢰한 용역 보고서와 논문을 비교하며 표절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에 상관없이 확인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구회마다 특정 대학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나눠준 도비 사업이다. 그리고 연구회 회장 또는 소속 회원 도의원이 해당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천동현 의원ㆍ한경대의 경우와 판박이다.
도민에겐 사각지대다. 19개나 되는 연구단체가 도의회 내 활동 중인지 몰랐다. 그 연구단체가 5년간 15억원 가까운 도비를 쓰고 있는 것도 몰랐다. 이 거액의 도비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특정 대학에 건네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연구회 소속 도의원이 그 대학에서 석사 받고, 박사 받는지도 몰랐다. 도민이 못 보는 사각지대에서 관행처럼 자리해온 ‘이상한 거래’다. 공적 학술 연구로 위장된 사적 학위 취득이다.
경기참여연대 이계찬 공동대표는 “철저한 조사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차제에 조사 주체도 고민해야 한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면 도의회 자체 조사는 믿을 수 없다. 행정절차 위반이 있다면 외부 감찰이 나서야 하고, 현행법률 위반이 있다면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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