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심 무인택배 찾기… 밤에는 무서워”

수원시 무인택배 보관함 8곳 운영
어둡고… 오류땐 홀로 기다림 ‘섬뜩’
‘낮에만 여성 안심서비스’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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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람도, 불빛도 하나 없는 지하주차장에 덩그러니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에요”

 

31일 밤 10시30분께 업무시간이 끝난 수원시 파장동 주민센터는 주변을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인근 차도에 늘어선 몇 개의 가로등만이 주민센터를 비추는 유일한 불빛이었다.

 

특히 센터 외부 한편에 마련된 ‘여성 안심 무인택배 보관함’은 조명이 전혀 없었다.이로 인해 24시간 운영중인 보관함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야만 이용방법 등이 적힌 안내문을 볼 수 있을만큼 어두워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였다. 또 바로 앞이 주민센터 주차장인 탓에 마치 주차장 한복판에 서 있는 오싹한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더욱이 보관함을 이용하는데 필수적인 스크린은 ‘삐’ 하는 소리만 내며 검은색 화면과 윈도우 대기화면, 업체로고가 번갈아 비치는 등 알 수 없는 오류로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류는 이용자가 업체에 신고해야만 직원이 현장에 나와 수리작업을 진행, 그동안 보관함을 이용하려는 여성은 홀로 어두운 곳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민 S씨(29·여)는 “낮에는 정말 편하게 이용하지만 밤에는 두려움때문에 이용을 꺼린다”면서 “어두컴컴한 조명과 함께 빼곡히 주차된 차들 사이로, 세상과 단절된 채 나 혼자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밤 11시께 찾은 지동 주민센터의 여성안심 무인택배 보관함 역시 오류가 발생해 스크린이 먹통이 되는 등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또 정상적으로 스크린을 사용할 수 있었던 곡선동 주민센터 보관함 역시 어두컴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원시가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해 주민센터 등에 무인택배 보관함을 설치했지만, 센터 업무가 끝나는 야간에는 사실상 여성 홀로 이용하기 어려워 ‘낮에만 안심되는 무인택배 보관함’이라는 비아냥이 일고 있다.

 

1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부터 택배기사를 사칭한 여성 대상 범죄 예방, 택배 수령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7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여성안심 무인택배 보관함을 설치했다. 파장동·율천동·조원1동·권선동 주민센터 등 총 8곳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각 소마다 20개의 보관함이 마련됐다. 

그러나 오후 6시면 끝나는 주민센터 업무시간과 24시간 무인택배 보관함 간의 운영상 차이가 발생하면서 야간에는 부족한 조명으로 어둡고, 오류가 발생해도 신속히 고쳐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민센터 인근에 가로등이 있어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어둡다는 등 이용불편 의견이 있다면 대책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간 시간에 발생한 시스템 오류는 일시적인 것으로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히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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