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왁자지껄” 함께하는 배움수업] 10. 시흥 서촌초교 특별한 한글수업

“그림책·놀이로 배우는 한글, 재밌어요”

▲ 서촌초등학교 (2)
▲ 시흥 서촌초교에서 신현경 교사가 그림책과 놀이를 중심으로 한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이 위험하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신조어와 외래어가 쏟아지면서 한글이 변하고 있다. 

부모들은 이제 막 입을 뗀 어린 자녀에게 한글보다 영어 한 단어라도 더 가르치려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아이들의 한글 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시흥 서촌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특별한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난 뒤 “국어 시간은 쉬워요. 재미있어요. 또 국어 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신현경 교사가 맡고 있는 국어 수업은 기존에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그림책과 놀이가 중심이 된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 글자, 낱말, 문장, 글 순서로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호기심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끈다. 또 신 교사는 놀이 활동이 가지는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장점을 살리면서 그 속에서 지식을 탐구하고 창조하는 배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날 수업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26명의 아이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신 교사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신 교사가 칠판에 ‘비’라는 단어를 적고, “비가 오는 소리를 들어봅시다.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내가 발견한 빗소리를 흉내 내어 말해볼까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아이들은 ‘쏴쏴’, ‘와르륵’, ‘뚝뚝뚝뚝뚝’, ‘타탁타탁’ 등 다양한 단어로 답했다. 이후 신 교사는 우산 그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비가 많이 올 때와 적게 올 때의 소리를 적어보라고 했다. 우산 그림을 받아든 아이들은 우산을 색칠하면서 자기가 생각한 단어를 써내려 갔다. 10분이 지나자 아이들의 우산은 다양한 단어로 빼곡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써내려간 단어를 서로 들여다보며 깔깔 웃어댔다.

 

우산에 단어를 다 쓴 아이들에게 신 교사는 문장을 써보라고 했다. 흉내 내는 말을 넣어 문장으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단어 쓰기와 달리 문장으로 표현하라는 말이 나오자 아이들은 곤욕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신 교사는 문장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틀려도 상관없어요. 서로 도와서 문장을 만들어 보자”라고 했다. 말이 끝나자 아이들의 표정은 어느새 미소를 머금었고 조금은 어색하지만 한 문장 두 문장 완성해 나갔다. 

임동건군(8)은 “문장 만들기가 어려웠는데 국어 시간에 글쓰기 해서 너무 신나요”라고 말했다. 임태희양(8)도 “우산 색칠할 때 좋았다. 문장 쓰기는 어렵지만, 한글 배우는 게 더 재밌어졌다”고 미소 지었다.

 

신현경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배움의 순간에 실수와 어려움을 내보이지만, 그 또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자신감을 갖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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