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즉석만남 등이 이뤄지는 소개팅ㆍ랜덤 채팅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연령등급에 10대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어 청소년들이 성인 범죄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앱의 연령등급 설정이 사실상 개발자의 자율적인 설정으로 이뤄지는데다, 정부의 관리 감독도 미흡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구글에 따르면,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들은 연령별 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등급은 만 3ㆍ7ㆍ12ㆍ17ㆍ18세 이상 등 총 5개로 나뉘어 있으며, 해당 연령이 아니면 사용자는 앱을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들을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부적절한 경우에도 연령 등급이 낮게 설정돼 있거나 나이를 쉽게 수정해 미성년자가 앱을 이용할 수 있었다.
더욱이 불특정한 남녀를 이어주는 소개팅 앱 중 일부는 연결 가능 연령을 17세로 설정해 놓았다.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만남이 얼마든지 가능한 셈이다. 무작위로 선정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랜덤 채팅 앱은 20세 이상으로만 자신의 나이를 설정할 수 있지만, 따로 실명 인증을 하지 않아도 돼 미성년자도 신분을 감추고 채팅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앱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5월 경찰청과 함께 스마트폰 채팅앱을 악용한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단속해 172명(82건)을 검거했다. 또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5월 소개팅 앱 이용자 중 49.8%가 ‘성적 접촉 유도’ 등 피해를 보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앱에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앱 연령등급 심의가 사실상 업계 자율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앱은 게임물관리위원회(GRAC)가 등급을 지정해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성인물로 등록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게임 외 일반 앱은 개발자가 자체적으로 연령등급을 설정하고 국제연령등급연합(IARC)에 신청해 간단한 서류심사를 거치기만 하면 된다.
이에 대해 구글 관계자는 “앱 연령등급 사항은 구글과 전혀 무관하며 앱 개발사와 심의업체 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채팅 앱 등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해 관리ㆍ감독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성년자들이 성범죄에 악용되는 앱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다”면서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을 통해 접근 자체를 막는 방안과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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