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오일장을 찾아가는 박물관

백화점이나 대형슈퍼 등이 등장하고 교통이 좋아지면서 전통적인 오일장은 이제 예전의 그 활기를 보기가 어렵지만 어릴 적에 보았던 그 장터의 가슴 설레던 기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요즈음에도 장이 서는 날이면 시장의 옆길까지 수레들이 연이어 서 있고 화려한 색상의 옷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봄이면 갓 솟아오른 꽃이 새초롬하게 올라오는 화분도 길거리에 널리기도 하여 지나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매력은 아직도 화석처럼 남아 있지만 어릴 적에 느꼈던 축제 속에 있던 같은 활력은 없다.

이제는 물건을 파는 방식도 다르고 그리고 사람을 모으는 데 있어서 장터에는 특별한 매력을 끄는 볼거리 시설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장터의 물건과 사람 그 자체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었고 여기에 서커스라도 있으면 장터의 솜사탕장수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던 것이다.

 

오일장은 인구가 적고 구매력이 낮은 농촌에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유통문화였던 동시에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적어도 닷새에 한번은 약간의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카타시스의 현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에도 오일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제는 아파트단지에도 그런 오일장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본래의 기능이 우리 생활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 주기적인 시장은 생활의 리듬으로 보아서 어쩌면 대단히 효율적인 물건과 감정의 유통방식인지도 모른다.

 

낯선 지역에 여행을 하는 경우에 그 지역의 물산을 이해하고 그리고 사람들의 사는 꾸밈없는 모습들이 솔직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전통오일장이다. 어쩌면 시장은 이제 많이 퇴색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그 지역의 생활문화를 전하는 일종의 생태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오일장을 과거 내가 어릴 적에 보았던 서커스 같이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지역생태박물관으로 개발하면 어떨까?

 

경기도에도 아마도 이 백 개소에 달하는 박물관이 있고 이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오일장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박물관들은 많지가 않다. 그런데 대체로 먹고 살기가 바쁜 세상에 박물관에 공부하는 기분으로 가는 것은 쉽게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박물관은 사회교육이나 청소년 창의교육에서 가장 유효한 기관이고 앞으로 점차로 학교교육에서 할 수 없는 영역을 다루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이 두 가지 기능을 원활하게 살려나가는 것이 아마도 지속가능한 사회성장을 만드는 것의 기본이 되지 않을까?

 

‘찾아가는 박물관’은 특별한 유물들을 소재로 하여 볼거리를 구성하여 학교 등 필요한 곳을 찾아가서 전시와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일장을 찾아가는 박물관’을 만들면 어떨까? 내가 전곡선사박물관을 할 때 구상한 것이었지만 아직도 실현된 적은 없다.

우선 공립박물관들이 유익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장터에서 보여준다면 오일장도 살고 박물관의 고유한 기능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서 지역사회 개발에 도움이 되고 박물관도 대중적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가 있지 않을까?

 

배기동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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