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쉼터’ 실상 들여다 보니…
4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시 남구의 한 경로당. 이 곳은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곳이다. 경로당 안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4~5명이 선풍기 3대에 의지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올해 첫 폭염경보에 오전임에도 기온은 이미 30도를 넘어서고,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혔지만 에어컨은 가동될 기미가 없다.
냉방비 등 ‘쉼터’ 목적의 지원이 전혀 없다보니, 경로당측이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을 틀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동구의 한 민간시설. 이곳 역시 무더위 쉼터로 지정되어 있지만 쉼터로서의 역할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곳은 쉼터로 지정된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쉼터임을 알리는 푯말도 없는 등 홍보도 안 된 데다, 시설측이 건물 관리비 증가 등의 이유로 공간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 관계자는 “솔직히 명목상 무더위 쉼터지, 실제로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 경우는 전혀 없어서 그동안 아예 문을 닫아놨다”며 “자칫 노숙자 등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 수 있고, 전기세나 청소비용 등이 추가로 드는 등 관리측면에서 무더위 쉼터 지정이 탐탁치 않다”고 전했다.
특히 쉼터로 지정된 아파트 내 경로당들도 인근 주민 이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부분 쉼터가 인근 빌라나 주택 주민 등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과금 등이 아파트 관리소에서 지급되는데다가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다.
시와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인천 지역 내 폭염취약계층 보호를 목적으로 경로당, 주민센터 등 모두 672개의 무더위 쉼터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쉼터로 지정된 시설에는 폭염피해 등이 우려되면 시민 누구나 방문해 더위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쉼터가 지원미비 등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데다, 일부는 시설개방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쉼터 지정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쉼터에 대한 최소한의 운영비 지원과 실태점검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쉼터에 대한 기준이나 운영규칙 등이 없다보니 일부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며 “각 지자체에 점검을 요청하고,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홍보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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