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사투를 넘어 재난 영화 공식을 깬 영화 ‘터널’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두고 터널 밖 씁쓸한 현실을 꼬집은 영화 <터널>이 오는 10일 개봉한다. 평범한 한 집안의 가장인 주인공이 사고를 당한다는 설정으로, 마치 우리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몰입감을 높인다.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는 딸의 생일 케이크를 들고 집에 가던 중 붕괴된 터널에 혼자 갇히게 된다. 대형 터널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정부는 긴급 대책반을 꾸렸지만 구조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더딘 작업이 결국 인근의 또 다른 터널 완공을 발목 잡자, 정수의 구조를 두고 여론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단순히 터널 안에 갇힌 한 인간의 처절함에만 초점을 두지는 않는다. 특종과 단독 보도만 골몰하는 언론들과 부실 공사로 논란을 일으킨 시공업체, 구조보다는 상부에 보고하기에 더 바쁜 정부 관계자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생존과 사투라는 기존에 익숙했던 재난 영화 공식을 비틀어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 현실 사회를 보는 듯한 기시감을 들게 한다.

 

그런 이 영화를 더욱 빛낸 것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더 테러 라이브>, <암살>, 최근엔 <아가씨>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연기력은 물론 티켓 파워까지 겸비한 배우 하정우가 터널에 갇힌 ‘정수’를 연기한다.

 

이젠 한국을 넘어 미국 등 해외에서도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배두나가 남편인 ‘정수’가 꼭 돌아올 것이라 믿는 강인한 여성이자 아내 ‘세현’역을 맡았다. 영화 <도희야> 이후 2년 만의 국내 복귀작이다.

 

여기에 ‘천만 요정’ 수식어에 걸맞게 영화 곳곳에서 감초 역할로 존재감을 과시해 온 배우 오달수가 갇힌 ‘정수’를 구조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는 구조본부 대장 ‘대경’으로 분한다.

 

영화 <끝까지 간다>로 제67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섹션 초청, 제51회 대종상영화제, 제35회 청룡영화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두각을 드러낸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2세 관람가

권오석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