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뒤 웃어야죠” 더위·올림픽도 잊고 열공

수능 코앞 수험생들 독서실·학원行
휴대용 선풍기로 버티며 각오 다져
절 찾은 학부모 108배 간절한 기도

▲ KakaoTalk_20160807_160508927
▲ 6일 밤 9시30분께 성남 분당구의 한 입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휴대용 선풍기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더위와 싸우며 자습에 열중하고 있다. 한동은기자

“보고 싶은 올림픽 중계와 계속되는 찜통더위를 이겨내면 100일 뒤엔 웃을 수 있겠죠”

 

6일 밤 10시께 수원 영통의 한 상가밀집지역. 주변 호프집과 편의점은 물론 인근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일제히 ‘와~’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브라질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1차전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일본을 상대로 거침없는 공격을 퍼부으며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들은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내며 4년 만에 찾아온 올림픽의 진한 감동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때 바로 옆 학원가에서는 학생들이 영어 단어장이나 모의고사 문제집을 손에 꼭 쥔 채 애써 올림픽을 외면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들은 수능 100일을 코앞에 둔 고3 수험생들로, 올림픽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각자 독서실과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7일 새벽 예정된 수영 400m 자유형 예선을 기대한다는 S양(19)은 “평소 박태환 선수의 팬으로, 집에서 가족들과 경기를 함께 보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고 싶을 것 같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독서실에 있을 예정”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주말 내내 양궁, 수영, 펜싱, 배구 등 본격적인 올림픽 경기가 중계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9일 ‘수능 D-100일’을 맞는 수험생들은 올림픽이 주는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수능대비에 열을 올렸다.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무더위도 수험생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경기지역에 3일째 폭염경보가 발효되고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도 성남 분당구의 한 학원가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수능 준비에 여념이 없는 수험생들로 불빛이 꺼질 줄 몰랐다. 

J입시학원으로 들어서자 200여명의 수험생들은 휴대용 선풍기 등을 책상마다 올려놓고 더위와 씨름하며 자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J학원 관계자는 “에어컨을 켜도 날씨가 너무 더워 학생들이 지칠까 걱정되는데 모두가 불평없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면서 “수능 당일까지 모두 힘을 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절을 찾은 학부모들은 폭염도 잊은 채 오로지 자식의 성공을 위한 108배에 여념이 없었다. 고3 딸을 위해 용주사를 찾은 K씨(47·여)는 “9일부터 본격적인 100일 기도에 나설 예정”이라며 “아프지 말고 평소대로 실수없이 수능을 치르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간절함을 전했다.

한동은·유선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