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떠나는 ‘기억교실’… 잊지 않을것”

세월호 참사 2년여만에 이전작업 시작
4·16가족협, 유가족·시민 마지막 방문
“슬픔·고통없는 새 교실 만들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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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단원고등학교 존치교실의 이전을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된 6일 오후 단원고에서 관계자들이 416 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가 기록한 교실 사진을 세월호정부합동분향소로 옮기고 있다. 한편 존치교실은 오는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오승현기자
“진도 앞바다에 실종된 아이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기억교실을 지켜주려 했는데…온갖 감정이 교차합니다”

 

지난 6일 오후 3시께 안산 단원고등학교는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속에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의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날 본격적인 이전 사전작업이 이뤄지기 전 희생학생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은 참회기도회를 열었다. 기억교실 이전에 앞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의 약속과 의미를 되새기고 마음을 정결하게 하자는 의미에서다.

 

이후 4·16가족협의회는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기억교실을 둘러볼 시간을 주었다. 교실 곳곳을 돌아보던 한 유가족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도 했다. 또 복도 한편에서 기억교실의 모습을 간직한 채 세워져 있던 13장의 사진은 사전작업에 참여한 참가자들 손에 옮겨졌다.

 

이후 교실과 교무실 입구 복도에 민간인의 출입을 막는 통제선이 설치됐고, 소독작업이 이뤄졌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교실 10곳과 교무실 1곳, 복도에 연무 소독이 진행됐다. 코를 찌르는 듯한 소독약 냄새가 단원고를 가득 메웠고 유가족들의 표정은 어느새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교실을 지키고 싶다는 유가족들의 소망이 그저 욕심으로 비춰져 원망스럽다”며 “기억교실을 지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교실을 비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뛰놀던 교실이 옮겨지는 안산교육지원청은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어떤 슬픔이나 고통, 원망없이 뛰어놀 수 있는 교실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억교실은 8일 종이유물 정리를 시작으로, ▲책상 위 유물 정리(11일) ▲책상과 교탁 포장(15일) 등의 일정을 거쳐 늦어도 21일에는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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