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6도 가까이 오르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도내 전통시장 상인들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쿨토시와 물수건 착용은 기본이고, 선풍기를 서너 대씩 동원하면서 무더위를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내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5일 오전 11시께 안산시 단원구 초지시장 상인들은 무더위 속에도 5일장을 열며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상인들은 대부분 팔에 쿨토시를 착용하고 목에는 얼음물에 흠뻑 담근 수건을 두르며 불볕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화기로 재료를 손질하는 상인들은 그야말로 불볕더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180도가 넘는 기름에서 통닭구이를 튀기며 판매하는 상인 김모씨(58)는 선풍기를 네 대나 틀어놓았지만, 역부족인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김 씨는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요즘엔 땀띠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생선가게 상인들은 혹여 생선이 상할까 시원한 물과 얼음을 끊임없이 들이붓지만, 얼음은 채 한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녹아버렸다. 군포시 산본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37)는 “요즘엔 얼음 값만으로 하루에 3만원 이상을 쓴다”면서 “폭염이 이어지다 보니 시장을 찾는 손님도 줄어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얼음으로 신선도 유지가 안 되는 꽁치 등은 아예 팔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위에 지친 손님을 잡으려고 틈새 전략으로 얼음 음료 기계를 들여놓고 판매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못골종합시장에서 채소 장사만 35년째 이어온 손모씨(70)는 아예 매장 한 쪽에 음료 기계를 설치했다. 손 씨는 “오죽 여름에 장사가 안되면 이렇게 얼음 음료를 팔겠느냐”면서 “천 원짜리 음료지만, 조금이라도 매출에 도움이 될까 싶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 상인들은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장사를 이어가지만, 매출은 고생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상인들의 마음이 무겁다. 불볕더위로 손님들의 발길이 줄자 지동시장에는 주말임에도 아예 ‘휴가를 떠난다’는 안내문을 써놓고 문을 닫아버린 상점이 여럿, 눈에 띄었다.
실제로 극심한 폭염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이 매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표한 ‘2016년 7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8월 BSI는 기준치인 100에 한참 못 미친 79.2로 전망됐다. 상인들은 8월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로 여름 무더위 속 계절적 요인(62.7%)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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