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용량 작아 화재 발생 우려
관리사무소 밤낮없이 방송 ‘짜증’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 전력 수요량이 신규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도내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폭염 노이로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전력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후된 변압기로 인한 화재 발생 우려가 높은데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는 관리사무소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방송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동신2차 아파트. 이곳은 지난 1988년도에 준공돼 18년째 똑같은 용량의 변압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 가구당 에어컨 사용 시 1.5kW의 전력이 필요한 상황이나 이 아파트의 변압기는 한 가구당 1kW의 전력만 수용할 수 있다. 결국 아파트 단지내 2천세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부족한 전력량에 따른 과부하로 인한 강제 절전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지난 5일부터 각 동 입구마다 ‘아파트 변전설비의 변압기 용량부족 안내문’을 부착했다. 또 매일 밤 8시부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아파트 주민 H씨(36·여)는 “각 세대마다 에어컨 사용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노후된 변압기가 언제 터질 지 걱정이 앞선다”면서 “더욱이 늦은 시간에도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라는 안내 방송이 수시로 나와 집에 있기 짜증날 정도”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주공뉴타운2단지(1천500세대 거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1년 준공된 이 아파트 역시 한 가구당 1kW의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저용량 변압기가 설치됐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주민들의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강제 절전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안내 방송이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주민 Y씨(37)는 “시도때도 없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안내 방송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관리사무소가 폭염에 대비해 변압기를 고용량으로 교체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변압기 용량이 작아 전력 사용량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에 들어가는 전력선을 늘리거나 변압기 자체를 바꾸는 등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가정용 전기 누진요금제와 관련한 문의전화가 폭주, 한국전력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또 콜센터 업무 지연으로 인해 일반 민원인들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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