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더 지치는 국민임대아파트

아파트 관리규정에 ‘에어컨 실외기 외부설치 금지’
가뜩이나 비좁은데… 발열·소음에 고통
재계약 문제 발생할까 이의제기도 못해

“찜통 더위속에 뜨거운 에어컨 실외기까지 집안에 두고 살아야 합니다”

 

국민임대아파트에만 적용하고 있는 관리 규정이 폭염 속 서민들을 또다시 울리고 있다.

 

공장 근로자 K씨(41)는 최근 무더운 날씨에 고생하고 계실 부모님이 걱정돼 부모님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에어컨을 설치해 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에 간신히 에어컨을 구입하고도 아직까지 설치조차 못하고 있다. 에어컨 실외기를 실내에 두도록 한 해당 아파트 관리규정이 발목을 잡아서다. 

K씨의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양주시 고읍동 휴먼시아6단지 아파트는 국민임대아파트다. 관리사무소는 규정으로 에어컨 실외기의 외부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입주민들 중 에어컨 설치 세대는 모두 실외기를 실내에 둬야 한다.

 

6단지외에도 주변에 국민임대아파트로 지어진 휴먼시아 4,5,7,8단지 모두 같은 규정으로 실외기를 외부에 설치 할 수 없다. 입주자들은 국민임대아파트 특성상 가뜩이나 비좁은 아파트 실내에 실외기까지 안고 살아야하는 처지다. 

실내에 둔 실외기로 인해 발생되는 고통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최근 계속되는 폭염에다가 에어컨 가동시 실외기에서 나오는 발열과 진동, 소음까지 더해 이중삼중의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반면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 설치가 얼마든지 가능한 일반 민간 아파트는 사정이 다르다. 주택법상 공동주택의 발코니 난간 또는 외벽에 돌출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할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해서다. 일반 민간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를 근거로 입주민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당연히 국민임대아파트도 적용이 가능한 법이지만, 고읍동 국민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하소연 할 곳이 없다. 관리사무소는 내부규정만 내세우고 있고 입주민들은 이를 어길 경우 재계약에 문제가 발생할까봐 이의제기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휴먼시아5단지 주민 L씨(51)는 “국민임대아파트는 주민이 을이고 관리사무소가 갑”이라며 “일반 아파트들과 똑같은 공동주택이면서 임대아파트만 다른 규정을 적용받아야해 서럽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주민 C씨(34)도 “좁은 아파트에 실외기까지 실내에 둬야 하는 불편은 겪어 본 사람만 안다”며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다른 아파트에 적용되는 법을 적용받지 못하는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불평했다.

 

이에대해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은 “입주때부터 적용된 규정을 바꿀 수 없다”며 “실외기를 외부에 설치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 할 수 있어 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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