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산단 들어서자 식당 우후죽순 오수 유입 늘면서 악취·수질오염
22년간 사랑받던 낚시터 발길 끊겨 농업용수 사용 농민들도 불안감
10일 오전 11시께 찾은 평택시 지제동의 울성저수지. 이곳은 수십년간 낚시꾼들에게 사랑받는 저수지로 유명세를 타던 곳이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이 한창임에도 피서객이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30여석의 낚시 의자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는 최근 저수지 한편에서 거품을 머금은 오수가 유입되면서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더는 낚시를 즐길 수 없도록 변한 탓이다. 22년째 낚시터를 운영하는 L씨(55)는 “인근 식당 등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오수가 저수지로 그대로 들어온다”며 “물고기들이 폐사하고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낚시꾼들의 발길도 끊겼다”고 한숨지었다.
평택시와 농어촌공사,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울성저수지 인근에는 고덕산업단지 설립과 함께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식당 30여곳이 들어섰다. 당시 이곳은 도심과 달리 생활폐수가 많지 않아 오수를 하수처리시설로 흘려보내는 공공하수도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수십여개의 식당에서 주방 세제 등 각종 오염물질이 섞인 오수가 방출됐고 결국 저수지까지 흘러들어갔다. 현재 식당들은 저마다 처리시설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욱이 저수지는 주변 논밭의 농업용수로까지 쓰이고 있어 농작물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주민 K씨(67)는 “더러운 물이 농사에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며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농작물을 믿고 먹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결국 평택시는 지난 5월 인근 식당 15곳의 오수처리시설을 점검해 배출기준치를 초과한 5곳을 적발, 과태료 처분과 시설개선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3개월 가량이 흐른 현재까지도 사정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평택시가 약 1㎞ 떨어진 도일천으로 오수를 내보내는 ‘땜질식’ 처방을 내놓으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도일천으로의 배출은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저수지로의 오수 유입을 막기 위해 오수관로를 설치하고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도 평택시와 협조, 오수 유입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오수 유입을 차단하는게 급선무”라며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오수관로를 설치하는 등 시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덕현·한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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