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들 “울고 싶어라” 휴일에도 SNS 시달리는데… 학부모 만족도까지 조사

10월부터 교원평가제 도입 “업무량 늘것” 우려 목소리

“전문성도 좋지만 업무 증가에 따른 스트레스는 누가 풀어주나요”

 

수원의 한 사립 유치원에서 5년 동안 근무 중인 교사 K씨(28·여)는 업무가 끝나도 쉬지 못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부모들의 문의에 일일이 답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퇴근하거나 휴일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K씨는 “쉬는 건지 일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피로감이 크다”며 “지금도 업무가 많은데 학부모가 교원을 평가하는 제도까지 생기면 일이 더 늘어날 것이 뻔한 상황인 만큼 이직도 고려 중”이라고 한숨지었다.

 

화성 동탄2신도시내 공립 유치원에서 일하는 K씨(29·여)도 교원 평가 제도가 시행된다는 소식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아이의 성적이나 일부 학생과 어울리지 않게 해달라는 당부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학부모들 때문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유치원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교원 평가가 시행되면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교육부가 오는 10월부터 시행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학부모가 교원을 직접 평가하는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포함되면서 상당수의 유치원 교원들이 ‘업무량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평소 업무에다가 학부모와의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외에 평가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11일 교육부와 도내 일선 유치원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9일 유치원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평가는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등 교원의 교육활동 전반에 대해 동료 평가와 학부모 만족도 조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상당수의 유치원 교원들은 이번 평가 시행을 앞두고 “평소 업무시간 외에도 학부모들에게 SNS까지 시달리는 상황에서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업무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원시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전문성을 가진 유치원 교원을 키울 수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시행에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평가가 교원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능력평가는 전문성 신장이라는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 평가 점수가 낮은 교사들에게 불이익은 없다”며 “낮은 점수를 기록한 교원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연수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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