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송산면 고포리 포도농가 폭염에 성장 멈춰 1/3 폐기 위기
가격마저 떨어져 엎친데 덮친격
11일 정오께 화성시 송산면 고포2리 2천310㎡ 규모의 하우스에서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는 A씨(74)는 뜨거운 열기 탓에 성장이 멈춰 빨간빛을 내는 포도송이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유기농 포도 330주를 가꿔 출하를 준비하던 A씨는 지난달부터 폭염이 이어지면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포도나무의 잎이 타는 일소 현상이 나타나고, 포도 알이 제대로 익지 않아 애써 재배한 포도의 3분의 1가량을 폐기처분 해야 할 처지에 있는 탓이다.
실제 A씨의 포도농원에는 포도나무의 잎이 대부분 타버려 바닥에 바스러져 있었다. 봉지를 씌워놓은 포도 가운데 상당수는 숙기가 덜 돼 빨간빛을 띠거나 성장이 그대로 멈춘 상태였다. 일부는 포도알이 안에서 터져 곰팡이가 생기기도 했다. 이맘 때쯤이면 벌써 포도를 다 따 출하를 해야 하지만, 열대야 현상이 이어져 포도가 제대로 익지 않아 절반 이상은 따지도 못했다.
A씨는 “지난해엔 5㎏ 상자에 1만8천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상품성이 떨어져 1만5천원을 받고 있다”면서 “폭염으로 농작물의 피해도 심한 만큼 피해 지원 등의 대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출하를 시작한 화성시 포도 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포도는 일교차가 커야 숙기가 빠르고, 상품성이 좋다. 하지만 올해엔 열대야까지 길어지면서 상당수 농가의 포도가 제대로 익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화성시농업기술센터에는 일조 피해 예방이나 구제법과 관련된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칠레와 미국산 포도가 쏟아져 들어와 이미 큰 피해를 본 상황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포도농가들에게 이 같은 폭염은 엎친 데 덮친 꼴이다. 지난해 국내 포도 농가 가운데 4천여곳이 FTA 여파로 문을 닫았으며, 도내에서도 화성시를 중심으로 포도 농가 56곳이 문을 닫았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폭염으로 당도가 높지 않거나 알이 작은 송이가 나오는 등 작황이 좋지 않은 농가들의 우려가 큰 상황으로 일조 피해를 입은 농가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면서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풍팬을 가동해서 하우스 내 온도를 낮추고 야간에 물 대기를 주기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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