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피니언 리더 유교 유적 답사] 황희·이이·성혼 ‘한국 유학 본산’ 파주… 道 대표 브랜드 키운다

선현들의 자취 담긴 유적지·기념관 보유
市, 적극적 홍보·교육 프로그램 제작 필요
자운서원 관광객 오죽헌의 10분의 1 수준
이재홍 시장 “道와 유교문화자원 브랜드화”

제목 없음-1 사본.jpg
▲ 지난 10일 ‘2016년 경기 오피니언리더 파주 유교 선현 유적 답사’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율곡 이이 선생 유적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도시는 어디일까. 정답은 ‘파주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화폐를 모두 더하면 6만6천660원. 그 중 모자(母子)가 화폐 속 인물이 된 것으로도 유명한 신사임당(5만원권)과 율곡 이이(5천원권)의 묘소가 파주시에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의 한 문화해설사가 던진 우스갯소리다. 마냥 웃어 넘기기에는 파주시가 갖고 있는 역사 문화적 자산의 가치가 깊고 크다. ‘한국 유학의 본산(本山)’이라 할 만큼 시 곳곳에 방촌 황희, 율곡 이이, 우계 성혼 등 유교 선현(先賢)들의 자취가 남아 있다. 

하지만 오는 2018년 경기 천년을 앞둔 경기도의 무관심과 시의 빈약한 지원 속에 그 가치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의 적극적인 홍보로 많은 사람이 신사임당과 이이의 묘소와 관련 유적이 강릉 오죽헌에 있는 것으로 알고 방문, 대표적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에 경기일보와 파주시, 경기학연구센터는 지난 10일 도내 오피니언 리더 60여 명과 함께 그 가치를 재확인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답사길에 올랐다.

 

제목 없음-2 사본.jpg
▲ 이재홍 파주시장, 최종수 한국효문화센터 이사장, 경기일보 신선철 대표이사 회장, 이순국 사장 등 관계자들이 이이 선생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다.
■ 우리나라 대표 재상 황희를 만나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참 정치의 표상이셨고 신실함과 자기를 다하는 충심으로 모두를 위하고 백성을 돌보신 그 덕업의 면면의 역사의 곳곳에 남겨져 있습니다. 오늘에야 영당을 참배하고 이제 고유를 하게 되었으니 흠앙하는 마음뿐입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따가운 여름 햇살 아래 인적 없이 매미 소리만 들리던 ‘황희 영당’(파주시 문산읍)에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여빈 경기학연구센터장이 고유문(사당이나 신명에게 알리는 글)을 낭독하는 소리였다. 황희영정 앞에 모여 선 답사단 60여 명은 대표로 올라선 이순국 경기일보 사장과 함께 모자와 양산, 선글라스 등을 모두 내려 놓고 머리를 숙여 절(배례)하고 묵념했다.

 

제목 없음-3 사본.jpg
▲ 방촌 황희 선생의 유적지인 반구정을 찾은 참석자들.
황희 선생 유적지의 중심에 위치한 황희영당은 황희 재상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후손들이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경기도 기념물 제29호로, 1455년(세조 1)에 창건했다가 1950년 6ㆍ25때 불탄 것을 그 해에 복원한 것이다.

 

유적지에는 황희가 1449년 87세의 나이로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 파주로 돌아왔을 때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냈던 정자 ‘반구정’(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2호)을 비롯해 1915년 본래 위치에 지은 육각정 ‘앙지대’, 기념관 등이 있다.

 

이날 답사단은 유적지 곳곳을 돌며 총 24년간 정승 자리에 있으면서 미물에게도 예를 다하고 관복 한 벌로 지낼 만큼 검소한 생활로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황희 재상을 숨결을 느꼈다.

 

한국효문화센터 최종수(75) 이사장은 “유적지를 걸으며 황희 정승이 휼륭한 재상임을 새삼 깨달았는데 답사 전문가들조차 처음 온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선현이 남긴 지혜를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제목 없음-4 사본.jpg
▲ 경기일보 이순국 사장 등 관계자들이 파주 우계 성혼 영정 앞에 예를 올리고 있다.
■ ‘구도장원공(과거시험에서 장원만 9번)’ 이이를 만나다

20여 분 달렸을까. 땀이 마르기도 전에 율곡 이이(1536~1584) 유적지에 도착했다.

 

여섯 살부터 본가인 파주시에서 자란 이이는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의 문인과 학자들의 집단인 ‘기호학파’가 추앙하는 큰 학자다. 유적지에는 지방 유림들이 성리학의 주류를 이끈 이이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창건한 자운서원과 율곡 기념관, 어머니 신사임당을 비롯한 가족 묘역 등이 있다.

 

이재홍 파주시장과 파주 출신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용수 의원, 건설교통위원회 최종환 의원 등이 합류해 더 풍성해진 답사단은 흐르는 땀을 개의치 않고 산 중턱에 위치한 묘소까지 올라 참배했다.

 

묘소를 뒤로 하고 내려온 길. 나무와 너른 잔디, 연못이 어우러져 넓고 깨끗한, 더욱이 신사임당과 이이의 묘소가 있는 유적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순간 눈 앞의 파주 이이 유적지가 항상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강원도 강릉의 오죽헌과 오버랩되면서 한없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답사 전문가 이석우씨(54)는 “자운서원에 오니 광경이 수려해 명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면서 “경남하면 안동이 생각나는 것처럼 지역특색이 약한 경기도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처럼 있는 것조차 스스로 지키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17년 째 이이 유적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종산 관리소장도 “오죽헌의 전 직원이 매년 참배올 정도로 실로 대단한 곳인데 연간 방문객이 오죽헌(100만여명)에 비해 10분의 1 가량인 10만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충효사상과 유학의 정신이 살아 있는 이 곳을 경기도 차원에서 노력해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목 없음-5 사본.jpg
▲ 참석자들이 율곡 이이 선생 묘를 참배하고 있다.
■ 진정한 학자 성혼을 만나다

마지막 답사 일정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우계 성혼(1535~1598)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그는 열 살 때부터 파주에서 살면서 같은 고을의 이이와 사상을 공유한 벗이었으며, 관직보다 학자로서의 삶을 추구하며 후학양성에 힘쏟은 인물이다. 성혼은 도덕교육과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등 ‘학문의 실천’을 강조했다.

 

특히 왜란 때 왜와 정전협정을 맺자고 주장하며 동인 류성룡과도 손잡는 등 협치를 강조한 인물로서 연정이 펼쳐지고 있는 경기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주시에는 이 같은 성혼의 사상을 확인할 수 있는 우계기념관, 묘역과 신도비, 파산서원 등이 있다.

 

이 중 묘역에 자리한 우계사당 처마 밑 그늘에 모인 답사단은 배례하며 “물질위주와 패륜이 자행되는 세상에서 윤리회복과 사회발전을 이루게 해달라”는 내용의 고유문을 곱씹었다.

 

제목 없음-6 사본.jpg
▲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 우계 성혼 묘.
박종찬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자원봉사센터장은 “황희부터 성혼까지 도내에 알려지지 않은 유학 관련 유적지들을 직접 걸으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다”면서 “이 같은 답사 프로그램을 청소년과 성인 등 다양하게 구성해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목 없음-7 사본.jpg
▲ 관계자들이 율곡 이이 선생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홍 파주시장은 “매년 10월 율곡문화제를 개최하고 율곡과 성혼, 구봉 간 친필 편지를 모은 <삼현수간> 발간을 추진하는 등 시의 유교문화자원을 경기도와 시의 대표 브랜드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파주시가 성리학의 산실임을 알리고 이를 문화관광자원으로 육성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그 예를 생활에 녹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상북도는 2000~2010년 1조9천억원을 투입해 북부유교문화권사업을 추진, 관광객 수 92% 증가를 기록했다. 오는 21년까지 총2조3천억원의 사업비를 추가 투자한다. 충청남도도 오는 26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충청유교문화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류설아 손의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