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유수지에서 세계적인 희귀종이자 국내 천연기념물인 저어새가 폐사하면서 지역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인천지역 내에 야생동물의 구조와 치료를 담당할 센터 건립(본보 7월 8일자 7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남동유수지 일대에서 저어새 1마리가 쓰러져 있는 것을 인천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가 발견, 즉시 구조작업에 나섰다. 구조된 저어새는 하루 뒤인 12일 결국 폐사했다.
남동유수지에는 저어새 이외에도 흰뺨검둥오리 등 조류 수십 마리가 폐사돼 사체가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사된 조류들은 고온의 물에서 발생하는‘보툴리누스균 중독’으로 신경이 마비돼 죽음에 이른 것으로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시는 지난 12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야생조류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시는 남동구와 함께 남동유수지 일대에 해수를 흘려보내 수온을 낮추는 방안을 실행하기로 합의했으며 남동유수지 일대 갈대밭 등을 수색, 조류 사체들을 수거해 추가 감염을 차단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인천지역에는 여전히 야생동물의 구조와 치료를 담당하는 센터가 없다보니 보톨리누스 중독 등 야생동물 위협요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저어새 폐사 사태가 발생하면 인접한 동물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겨우 치료가 가능했던 만큼 보다 전문적인 대처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시는 올 초 환경부에 센터 건립에 필요한 국비 5억원을 신청했지만 환경부는 예산한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이미 평택시에 센터가 운영 중인 경기도의 요청은 받아들여 남양주 일대에 제2 센터 건립예산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인천지역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인천지역에 철새 서식지가 많다는 점을 인정해 소청도에 국가철새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도 야생동물 구조 보호센터 설립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순된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남동유수지 저어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국내 핵심철새도래지인 인천에 국립 야생동물구조센터 설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시의 한 관계자는 “지역 정치권과 협조해 국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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