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질이 좋지 못한 CCTV 영상으로 피의자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한 임기응변으로 범인을 긴급체포한 고양경찰이 있어 화제다.
고양경찰서 원당지구대 2팀 소속 배진우 경사와 이승현 경사는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30분께 “이웃집에 사는 남자가 내 카드를 사용한 것 같다”는 한 여성의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배 경사와 이 경사는 피해자가 카드가 사용된 편의점에서 가져온 CCTV 영상의 사진을 들고 피의자로 추정되는 이웃집 남성 L씨(34)의 집을 찾아가 범행 여부를 추궁했다.
하지만 L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흐릿한 CCTV 영상에서 나온 사진만으로 L씨를 체포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 배 경사와 이 경사는 좀 더 정확한 증거 확보에 나섰다.
그래서 두 경찰관이 생각한 방법은 피해자의 카드가 사용된 업체들을 차례로 찾아가 보다 선명한 CCTV 영상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배 경사와 이 경사가 떠올린 방법은 적중했다. 피해 업체 몇 군데를 차례로 들러 선명한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피의자를 L씨로 특정할 수 있었다. 또 L씨가 착용한 옷과 슬리퍼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했다.
이후 배 경사와 이 경사는 L씨의 집을 찾아갔고 다시 확보한 사진을 들이 밀며 범행을 추궁하는 한편, CCTV 영상에 찍힌 옷과 슬리퍼가 집 안에 있는지 유심히 살핀 뒤 직접 찾아냈다.
배 경사와 이 경사는 영장 발부 절차를 밟은 후에 검거에 나서면 L씨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L씨를 점유이탈물횡령죄, 여신전문금융법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L씨는 신고 당일인 지난달 24일 0시 40분부터 새벽 4시 30분까지 피해 여성의 신용카드 2개로 주점과 안마시술소 등에서 유흥비로 9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의 뻔뻔한 발뺌에 대한 배 경사와 이 경사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자칫 불어날 수도 있었던 피해액을 최소화 했다는 경찰 내부의 평가가 자자하다.
고양=유제원ㆍ김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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