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화력발전 반대 단식하는 市長님

변평섭.jpg
부시 대통령 밑에서 국방장관으로 있던 럼스필드의 집무실에 항상 걸려있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인공위성으로 밤에 찍은 한반도 사진이다. 환하게 밝은 남한과 캄캄한 북한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럼스필드 장관이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한 것은 남·북 체제의 비교, 나아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체제수호가 만들어낸 자부심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결국 이것은 남·북 에너지, 특히 전력생산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북한의 전기 사정은 심각하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업체를 철수시켰을 때 누구보다 개성 시민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 역시 개성시 일원까지 밝혀주던 공단 전기가 끊겼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전기 사정은 여유롭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원자력 발전소 하나 지으려면 해당 지역민과 뜨거운 갈등을 겪어야 하고 화력발전은 요즘 들어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몰리고 있다.

 

지난달 찜통 더위 속에 김홍장 당진시장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김시장이 요구한 것은 석탄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중단과 송전선로의 지중화.

 

그의 주장이 무리가 아닌 것은 화력발전소가 당진을 비롯 충남 서해안에 8기가 밀집되어 있는데다 곧 2기가 더 세워질 계획이며, 당진지역에 송전탑이 무려 80개나 되니 재산상 피해는 물론 보건 환경에도 그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 일대의 화력발전소에서 뿜어내는 연기와 쭉 깔린 송전탑이 답답할 지경이라는 것.

 

그런데다 이들 화력발전소의 본사는 당진에 있는 게 아니라 울산에 있어 100억 넘는 지방세를 그곳에다 내고 있다. 이러니 당진시는 먼지만 먹고 있으라는 것이냐는 반발도 적지 않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화력발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은 매우 심각하다.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제이콥 교수팀은 지난해 석탄연료의 배출오염으로 1년에 750명이 조기 사망할 가능성을 제시해 충격을 준 바 있는데 이 같은 충남 서해안의 배출오염이 수도권에도 28%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황산화물의 경우 석탄의 연소과정에서 가스 상태로 배출돼 대기 중에서 초미세먼지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5년간 충남 지역에서 3백여 회 초과 배출돼 126톤을 뿜어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홍장 당진시장의 단식 현장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그리고 많은 환경문제 전문가들이 다녀갔다. 초미세먼지가 당진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일원, 나아가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는 석탄 화력발전소(당진 에코파워)의 실시 계획 승인여부 결정을 연기했고, 국회는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기로 했으며 김시장의 단식농성도 중단됐다. 무엇보다 에너지 수급 정책에서 화력발전의 문제점을 공론화시킨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과라 하겠다.

 

특히 이 시점에서 추가로 화력발전소를 2기 더 건설해야 하는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전 측의 발표대로 전력의 예비율이 30%나 된다면 굳이 더 발전소를 늘릴 필요가 있을까? 해마다 여름철이면 뉴스에 단골처럼 등장하던 ‘전력 비상’ 소리가 올해엔 뜸한 걸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우리도 화력에 의존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정책 개발에 힘을 집중시켜야 할 때다.

 

변평섭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