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에도 개학한 도내 학교 가보니… 연필 대신 부채 든 학생들

수업 일수 채우기 위해 강행
쉬는시간엔 상의벗고 땀 식혀
학업 대신 더위와 싸우다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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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계속되는 폭염속에 개학을 맞은 수원시내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간편복장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김시범기자
“수업 일수를 채우는 것도 좋지만, 너무 더워서 공부를 못하겠어요”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6일 경기지역 일부 학교들이 개학을 했지만 학교마다 냉방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공부 대신 무더위와 씨름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해 폭염 속에 개학을 한 탓에 학업 차질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수원에 있는 A고등학교에서는 폭염에 지친 학생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운동장에는 방금 체육수업을 끝낸 학생 10여명이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해가며 구슬땀을 닦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수돗가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등목을 하며 온 몸에 물을 뒤집어쓰다시피 했다.

2층 1학년 교실에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계속 가동되고 있었지만 26도로 맞춰진 탓에 학생들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교과서로 부채질을 하는가하면 교복 셔츠를 탈의한 채 반팔티만 입고 수업을 받기까지 했다. 쉬는 시간에는 아예 상의를 다 벗고 있는 학생들도 쉽게 보였다. 일부 교실에서는 에어컨이 고장 나 학생들이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아우성을 치는 장면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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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계속되는 폭염속에 개학을 맞은 수원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체육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윗옷을 벗은 채 수돗물로 등목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시범기자
같은 날 수원 B고등학교 역시 개학을 맞았지만 한 3학년 교실의 에어컨은 고장난 상태였다. 이에 교실이 찜통이 되자 학생들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말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학부모 C씨는 “고3 학생들이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쓰러지기 직전인데 학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화가 나 교감에게 얘기했더니 ‘수리를 받으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에 있는 D초등학교의 경우 폭염 때문에 개학일을 22일로 연기하려 했으나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결국 이날 개학을 강행했다. M초등학교는 이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4교시까지만 수업하고 하교를 한 탓에 교문 앞은 아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가려는 부모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현행법상 초ㆍ중ㆍ고등학교는 190일 이상의 수업일수를 채우기만 하면 방학기간을 학교 측에서 조정 가능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은 수능을 마친 이후와 2월에 예정된 졸업 시기에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진다는 이유로 겨울방학 일수를 늘리는 대신 여름방학 일수를 2주 정도로 줄였다. 하지만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탓에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이 더위와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미 개학이 결정된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내 한 학교 관계자는 “폭염에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수업 일수 때문에 개학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에어컨 가동 시간과 온도 조절 등 학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무더위 대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6일부터 19일까지 개학을 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79곳, 중학교 534곳, 고등학교 335곳, 특수학교 4곳 등 총 952개교에 달한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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