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예정지로 발표된 경북 성주는 그야말로 난리다. 성주군민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로 군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에 막대한 희생이 따른다며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주를 사드 배치 예정지로 발표한 정부에 대해 분노하며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설득을 위해 국무총리가 성주를 방문하였으나 분노한 성주 군민들은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고 결국 성난 민심 달래기는 실패하고 말았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대비책이며 정당한 자위권이라는 정부 입장에 대해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고충은 이해를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정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었다면 정부와 국민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50년대 초 한국전쟁 발발로 국가안보가 위태롭던 시기에 경기도 최북단 도시 동두천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그 어떤 저항이나 반발도 하지 못한 채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미군기지로 징발 당하고 오늘날까지 65년이란 긴 세월 동안을 기지촌이라는 오욕 속에서 물질적, 정신적 희생을 참으며 살고 있다.
시 면적의 42%를 미군기지로 징발당한 동두천으로서는 정상적인 도시개발이 불가능하고, 설상가상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저촉을 받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변변한 기업이나 시설이 들어올 수 없는 중첩된 규제 속에서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2016년까지 동두천 주둔 미군기지를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는 아무런 의논도 없이 미군기지 일부 잔류를 발표하여 동두천을 분노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았다.
국가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일부 시민들은 미군부대 정문 봉쇄 등 극단적인 투쟁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국익에 반하는 행동으로 국가에 해가 될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또다시 참고 주둔 미군과 이웃으로 교류하면서 민간외교관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살고 있는 순박하고 애국적인 시민들이다.
지난해 8월 북한의 연천 포격 도발로 촉발된 군사적 충돌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 속에서 편히 잠들지 못하고 밤새워 뉴스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매일 특집으로 전해진 뉴스를 통해 동두천에 주둔하는 미2사단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원천봉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들이 새삼 느꼈을 것이다.
평소 우리가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처럼 국가안보를 위해 누군가는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5천만 국민의 행복을 위해 동두천이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그 누구보다 국가가 우선 나서서 보살펴 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0 정상회원국이 되었다, 이제는 새로 부담을 주는 지역뿐 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G20 정상회원국이 되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희생하면서 살아온 지역에 대해 그동안의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속담에 ‘우는 아이에게 젖준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포함된 동두천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미군기지로 지역개발이 제한된 동두천으로서는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같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나타난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동두천시민들은 또다시 정부의 거짓말을 의심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국무총리가 직접 찾아간 경북 성주와 아무리 울어도 젖줄 생각은 없는 듯한 동두천의 상황이 비교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6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국가의 배려가 있기를 바라면서 조용히 기다려온 동두천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큰 의무이다. 그리고 이런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희생하는 것이다.
동두천시민들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65년 동안을 희생하고 있는데 왜 국가는 동두천시민들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인가.
지역 간의 형평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동두천이 특별하게 감수해 온 희생과 손실을 생각해야 한다.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진정한 형평성이라고 생각한다.
오세창 동두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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