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졸업생 K씨(40)는 대학 당시 다니던 동아리 모임에 오랜만에 참석했다가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간 모임 뒤풀이로 20년 넘게 늘 갔던 정문의 ‘○○통닭’ 대신, 난생처음 보는 후문의 ‘□□통’이란 술집에서 모임 뒤풀이를 가져서다. K씨는 깃수차이가 한참 차이 나는 후배들에게 “우리 동아리는 그간 ○○통닭에서 모임을 했는데 이제는 안가냐”라고 묻자 “요새 누가 정문가요.
후문이 훨씬 좋아요”란 답을 들어야 했다. 그날 뒤풀이 자리에서 K씨는 간만에 만난 또래들과 “우리가 학교 다닐적 후문은 허허벌판이었는데, 요새 대단히 발전했다”며 “오래됐어도 정감가던 정문의 술집들이 그립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경기대 본교인 수원캠퍼스가 광교신도시 발전과 신분당선 개통(광교·경기대역) 등으로 후문에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젊은층들 사이에서 신(新) 대학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후문이 ‘대학가 정문’ 역할을 하며 벌써 “후문이 곧 정문된다”는 인식까지 확산되고 있다.
후문의 광교 대학로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지난해 축제 때는 학생회측이 학교와 후문 상점을 연계한 축제 콘텐츠를 기획했다”며 “또 지난해보다 번영회 가입 상가가 30곳 가까이 늘어난 만큼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문 상인의 일부는 ‘우리가 원조 정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대학가 정문’이 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 측도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을 의식한 듯 정문·후문 이란 말 대신 내부적으로는 서문(정문)·동문(후문)으로 홍보하고 있다. 경기대 관계자는 “후문에서 큰 개발이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쪽을 고려해 동문·서문이라 부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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