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없는 ATM 부스 온종일 냉방 대낮 휘황찬란 카페 테라스 여전
밤낮없는 간판불 등 전력난 무색
제13회 에너지의 날을 앞두고 여전히 도내 곳곳에서 에너지가 낭비되면서 ‘어두울수록 빛나는 에너지의 날’이 무색해지고 있다.
19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복합상가단지 인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부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장에서 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한 은행에서 운영하는 이 부스 안에는 ATM이 한 대밖에 설치되지 않아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오전 7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하루종일 냉방 시설이 가동되고 있었다.
더욱이 26도로 설정돼 온도 센서가 자동으로 제어한다는 안내와는 달리 측정 결과 24도의 강한 냉방이 계속됐고, 결국 아무도 없는 실내에 차가운 바람만 불면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 ATM을 이용하러 이곳을 찾은 시민 K씨(28)는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굳이 이렇게 에어컨을 세게 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팔달구 인계동의 한 카페는 한낮인데도 야외 테라스 울타리 위에 조명을 가득 켜두고 있었다. 작은 전구들은 언제부터 켜져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 손으로 만질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어두운 실내가 아니라면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지 않은 시간임에도 에너지가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던 것. 카페 업주는 “야외테라스 조명과 흡연실 환풍구 스위치가 하나로 연결돼 있어 환풍구를 작동하려고 스위치를 누르면 야외 조명이 같이 켜져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늦은 밤에도 에너지 낭비는 계속됐다. 20일 밤 11시께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의 한 대형 타이어 매장은 영업시간이 끝나 매장 내부에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지만 외부 간판은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간판 주변 30여개의 조명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수십여개의 전구들은 자정이 다 될 때까지 꺼질 줄 몰랐다.
8월22일은 지난 2003년 역대 최대 전력소비를 기록했던 것을 기억하고 에너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지정된 ‘에너지의 날’이다. 올해 벌써 13번째 ‘에너지의 날’을 맞지만, 여전히 도내 곳곳에서는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특히 올여름 극심한 폭염으로 지난 7월25일 이후 최대전력수요(1시간 동안의 순간 전력수요 평균)가 8천만㎾를 넘는 이례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의 날’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민채 에너지시민연대 사업팀장은 “에너지절약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충분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며 “특히 상업·산업 시설은 가정보다 실천이 잘 안 되고 있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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