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과 수출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힘 아닙니까. 2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라지만 이대로 쉴 수 없습니다.”
불볕더위로 숨이 턱턱 막히던 지난 20일 오후 2시께 안성시 공도읍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새희망의 중력 주조 공장 실내 온도는 40℃를 웃돌면서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단 10분을 서 있었는데도 온몸으로 흘러내리는 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700℃에 육박하는 용해로에서 알루미늄 주물을 퍼내 주조기에 옮겨 닮을 때마다 일어나는 뜨거운 불길과 마주한 근로자들은 틈날 때마다 선풍기 앞으로 가 열을 식히느라 바빴다.
20년 차 베테랑인 박영훈씨(52)는 “여름에 작업을 할 때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면서 “설비 기계들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의 말대로 알루미늄 주조 공정은 ‘온도와의 전쟁’ 그 자체다.
용해ㆍ보온, 주조, 절단ㆍ사상, 열처리, 가공 등의 단계를 거치는데 각 공정마다 정해진 최적의 온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불량이 발생할 뿐 아니라 모든 공정이 중단된다. 게다가 이곳에서 생산해내는 피스톤, 콘로드, 실린더 튜브 등은 자동차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부품들이다.
경기도 수출에서 반도체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근간인 셈이다. 이곳 근로자들이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공장 내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더위에 지친 근로자들을 위해 포도당 식염수가 상시 구비돼 있고 냉국 등 시원한 메뉴로 식단을 제공하고 있지만 열을 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뿌리산업’과 ‘수출기업’이라는 산업역군으로서의 자부심은 무더위를 잊게 하는 원동력이다.
㈜새희망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환율 등 악화된 수출여건에 유력 거래처 중 한곳이 논란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20억원의 수출을 차질없이 해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직원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관리직ㆍ사무직 직원들 사이에서 ‘덥다’라는 표현은 금기어나 다름없다. 공장장을 비롯한 임원실에도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함께 하고, 합심해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뜻에서다.
임정택 ㈜새희망 대표이사는 “대부분 직원들이 회사를 설립하기 전 다른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무더위를 이겨내고 뿌리산업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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