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박형식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경기지회장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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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연장 작품 새생명… 풀뿌리 문화·예술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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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식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경기지회장은 내로라하는 문화예술경영자다.

 

서울 정동극장 극장장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사장,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까지. 주요 문화예술기관을 두루 거쳤다.

 

특히 다음달이면 임기 만료되는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직은 연임이 결정됐다.  지역 공연장이나 재단의 대표가 연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기도의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통폐합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그의 생각을 물었다.

Q 한문연 경기지회장 임기도 내년 3월이면 끝이 난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A 문예회관이라는 것이 1995년부터 지어졌다. 실제 공연장으로 쓰인 것은 2000년부터다. 근 20년을 이어왔다. 인프라는 다 구축해 놓고 사용할 줄을 모른다. 지어만 놨지,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런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역량강화에 힘썼다.

지역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세미나ㆍ강연ㆍ워크숍ㆍ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해외연수를 보냈다. 지역에 있는 문화 예술 종사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당연히 지역에 좋은 프로그램들이 생기는 것이다. 또 지역 공연장이나 재단과 협력해 작품으로 소통하는 ‘경기공연예술페스타’와 ‘한문연 페스티벌’ 등을 꾸준히 진행했다. 이런 것을 자꾸 함으로써 그들의 생각이 바뀌면 공연장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Q 예산이나 인력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극복방안이 있나.

A 예술경영이라는 것이 집에서 살림하는 것과 같다. 고기 살 돈이 없으면 콩나물이라도 사서 대접해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은 시민들에게 문화라는, 예술이라는 식사를 대접하는 기관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그들이 와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한다.

 

불평을 가지면 끝이 없다.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서 두발로 뛰면 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작품을 보면서 ‘왜 우리는 못하나’하고 불평만 할 수는 없다. 그걸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Q 최근 경기도에서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라는 취지로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도내 문화예술기관에 대한 통폐합 움직임이 있었다. 어떻게 바라봤나.

A 왜 그런 발상을 하는지 이해 못하겠다. 서울시 인구가 1천만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도는 1천200만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1천300만, 400만, 500만까지 최고의 도가 될 텐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황당할 뿐이다.

 

당초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지을 때 예산이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적자난다고 없앤다고 한다. 문화는 없애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어렵다. 세계인이 찾는 축제인 영국의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도 70년이 걸렸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나라가 엉망일 때, 국가에서 시민들 기 살리기 위해 만든 축제다. 시간이 흐르고, 쌓이고 쌓여 지금은 전 세계인이 영국을 찾는다. 영국의 시골 동네가 이거 하나 가지고 먹고 산다.

 

1991년 개관한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 2004년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출범했다. 당시 나도 초청장을 받고 갔다. 이제 12년 밖에 안됐다. 평가하긴 이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공연장이기 이전에 도와 도내 공연장을 대표하는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더 살펴야 한다.

 

Q 역으로, 왜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생각해본다면 문화기관들도 반성해야할 부분이 있진 않은가.

A 왜 공연장을 나라에서 운영하는지 아나. 문화는 계속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러시아를 후진국이라고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문화예술 때문이다. 이태리 장인들 뭐 먹고 사나. 옛날에 귀족들이 자기가 좋아서 만들고 모은 것으로 지금까지 그 후손들, 일안해도 먹고 산다. 공연장 아웃소싱하고, 없애버리겠다? 단체를 팔아버리겠다? 문화말살 아닌가.

 

Q 도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해서는 할 말 없나.

A 위험한 얘기다. 안양문화예술재단과 의정부예술의전당 면접을 봤을 때도 묻더라. 안양을, 의정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난 안양 출신도, 의정부 출신도 아니다. 지역을 모르는데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아나. 도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관을 이끌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책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로부터 재단이, 전당이 소중하게 느껴지도록, 시민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변화시켜야 한다. 조직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신뢰를 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끔 힘을 실어 줘야한다. 시스템적인 리더들이 있어야 된다는 것, 그게 제일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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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직 연임이 결정됐다.

A 다음달 15일이면 3년이 된다. 사실 지역 공연장이나 재단의 대표가 연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3년을 허락해준 시의 선택에 고맙고, 감사하다. 사실 내 역할은 직원들이 일 할 수 있게 판을 깔고, 큰 틀을 이야기 한 것 밖에는 없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내가 연임할 수 있었다.

 

Q 직원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다. 경영 철학인가.

A 어떤 이유에서든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이려고 노력한다. 리더가, 대표가 잘났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사실 난 임기 3년짜리 대표다. 지금 전당이 15년 됐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12년 이상을 함께 일해 왔다. 나보다 의정부와 전당을 더 잘 안다.

 

나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던 사람도 아니고, 타 지역에 있던 사람인데, 직원들이 날 믿고 잘 따라줬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서 지역을 배웠고, 그만큼 직원들이 열심히 움직였다. 그런 부분들이 나에게는 축복이다.

Q 누가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A 내 것을 내려놓으면 된다. 아집을 내려놓으면 직원들이 좇아온다. 직원들 중에 가끔 고집이 세거나 나와 다른 방식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물론 화가 날 때도 있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저 나이 때 혹시 윗사람도 나를 이렇게 봤을 수도 있겠다. 쉬운 일은 없다. 어차피 책임자라는 건 인내해야 되고, 기다려줘야 한다.

 

내가 낳은 자식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3년 임기 가지고 들어온 사장을 뭘 믿고 따르겠나. 막말로 사장도 지나가면 그만인데, 잘릴 일만 안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믿고 가야한다. 조직원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고민하게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만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온다.

Q 앞으로 전당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A 사실 할 일이 많다. 어떻게 보면 3년이란 세월은 짧다. 할 수 있는 일들이 한계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또 다시 주어진 3년의 시간이 참으로 뜻 깊다. 특히 의정부가 복합문화융합단지 조성에 나선다. 이것은 결국, 전당의 일, 우리들의 일, 나의 일이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취합해 문화예술도시에 걸맞은 프로젝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의정부에는 군사시설이 많이 있다. 이 부분들도 시민들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당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다. 시민들이 언제나 놀이터처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대담 = 이선호 문화부장

정리 = 송시연ㆍ손의연기자

사진 = 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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