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의 음주전과가 논란이다. 여기에 적발 사실을 조직에 숨긴 사실도 더해졌다. 야당은 일제히 자격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자격 없으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년 전의 일이고 사면까지 받은 일이라고 옹호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경찰청 수장의 음주운전 전력 자체는 비난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사퇴를 하든 취임을 하든 이 내정자 입장에서는 국민 앞에 백번 사과해야 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 논란을 보면서 또다시 생각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의 전과 기록에는 어떤 사회적 평가가 내려져 있느냐는 문제다. 4월 총선 직후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20대 국회의원의 전과 통계가 있다. 전체 300명 가운데 30.7%인 92명이 전과기록을 보유했다.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이 122명 중 30명(24.6%), 더불어민주당 123명 중 50명(40.7%), 국민의당 38명 중 5명(13.2%), 정의당 6명 중 3명(50%)이다.
전과 내용도 다양하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가보안법 위반이 21명이었다. 이번 논란의 내용과 같은 음주 운전 전과자도 20명이나 됐다. 여기에 음주가 아닌 도로교통법 위반 전과자도 12명이었다. 전과가 2회 이상인 국회의원이 35명에 이른다. 거물급 정치인의 전과 기록도 수두룩하다. 친박 좌장 서청원, 새누리당 전(前) 대표 김무성,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박지원 의원이 모두 전과자다.
이런 국회가 청문회를 한다. 고위 공직 후보자의 전과를 파헤치고 공격한다. 공직자의 청렴성을 강조하자는 일인데 이견을 낼 국민이 있겠나. 다만, 똑같은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도 국회의원은 갑이 되어 윽박지르고, 후보자는 을이 되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정당한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부정적 여론이 절대적이다. 그런 국회엔 청문 자격이 없다는 것이 여론이다. 이중 잣대에 대해 국민이 갖는 불신이다.
전과 기록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 야당은 이 내정자 음주적발과 은폐 전력에 대해 ‘결격 사유’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공직자인 국회의원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공천도 줬고 국회의원도 한다. 일반 공직자에겐 ‘결격 사유’인 음주 전과가 국회의원에게만 ‘적격 사유’가 되는 셈이다. 이러면 안 된다. 고쳐야 한다. 어찌 보면 지금이 기회다. 이철성 내정자 청문회를 계기로 음주 전과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공직자 공무담임권과 음주 전과의 관계를 규정으로 정해야 한다. 어려운 일도, 무리한 일도 아니다. 민간인-언론인ㆍ사립학교 교원-의 축의금 한계까지 ‘5만원’이라고 못 박는 시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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