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열리면… 소중한 생명 살려요”

수원소방서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
사이렌 소리에 운전자들 양보 이어져
골목길 불법주차 차량에 발 묶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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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차 길터주기 캠페인이 실시된 24일 소방차들이 좁은 골목길 내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승윤기자
“우리 이웃들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잠시만 소방차에 양보해주세요”

 

24일 오후 2시께 수원역 인근 한 사거리. 소방 지휘차 뒤로 펌프차와 순찰차, 견인차가 연이어 등장하자 신호를 기다리던 수십여대의 차량이 순식간에 핸들을 돌려 양쪽 가장자리로 비켜섰다. 어디선가 화재가 발생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소방차의 신속한 이동을 위해 시민들이 마치 ‘모세의 기적’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 K씨(35)는 “소방차가 현장에 빨리 도착하지 못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소방차를 위해서라면 어디서든 비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화서역 주변에서도 이웃을 위한 시민들의 배려가 이어졌다.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자 운전자들은 옆 차선으로 차량을 이동하거나 가장자리에 바싹 붙어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소방행렬을 가로막는 장벽은 존재했다. 곳곳에 늘어선 ‘불법주차’ 차량들이 바로 주범이다. 이날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주민센터 인근 골목길로 진입하자 가뜩이나 좁은 길목에 불법주차 차량까지 더해져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었다. 소방대원들은 차에서 내려 차주에게 전화를 걸기 바빴고, 차주가 도착해 차량을 이동시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이로 인해 약 10여분 간 소방차량의 발목이 묶여 있었고, 이는 현장의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었다. 또 화재 발생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화전과 1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버젓이 주차를 해놓은 차량도 발견됐다. 현행법상 소화전 등 소방용수시설 주변 5m 내에 주정차하면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규모 피해를 줄이고 신속한 화재 진압을 위해서는 소방차의 신속한 현장 도착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통로 확보를 통해 소방차가 빠르게 전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차량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수원소방서는 이날 시민들의 길 터주기 인식을 제고시키고자 화재 상황을 가정해 팔달문, 장안문, 수원역 등 10㎞ 구간을 오가는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정경남 수원소방서장은 “과거에 비해 시민의식이 성숙해져 대부분의 차량이 길 터주기에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양보하지 않는 차량도 곳곳에서 발견됐다”면서 “자신의 작은 양보가 골든타임과 원활한 소방통로 확보로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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