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이 증가하는 가운데 음식을 먹고 의도적으로 악성 후기를 남기는 소비자 때문에 영세업자들이 심리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매출 감소까지 겪고 있다.
28일 배달업계 등에 따르면 음식업체와 소비자 간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진 후기 항목이 악성 소비자의 협박 무기로까지 변질해 업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4일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는 악성 후기 피해를 호소하는 배달업체 직원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이 글에는 치킨 배달원을 안 좋게 본 한 소비자가 배달앱에 배달원에 대한 불평 등 안 좋은 후기를 작성한 뒤 업체에 전화해 배달원을 해고하기 전까지 후기를 계속 올리겠다며 협박까지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어 28일에도 의왕시 오전동 한 중국집의 배달앱 후기에 ‘말하는 XXX가 없다’ 등 인신공격성 악성 후기가 작성됐다.
이에 업체들은 심리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악성 후기를 본 일반 소비자들이 주문을 꺼려 매출 감소로까지 이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안산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2)는 “초기에는 고객의 불만을 듣고 소통하고자 했지만 이어지는 악성 후기 속에 이제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면서 “강하게 대응하려니 동네 소문이 날까 봐 무섭고 무시하자니 매출 감소 영향이 있어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이러한 악성 후기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음식 업체가 신고한 후기들도 무작정 삭제하고 블라인드(내용을 감추는)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후기를 지운 것에 대해 항의하는 소비자도 상당수라 극히 일부에 한해서만 블라인드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부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직설적이고 과장된 후기가 비양심 업체를 퇴출할 수 있지만 양심적 음식 업체들도 같이 내몰 수 있다”면서 “일부 소비자의 인식 개선을 통해 업체와 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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