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 앞이다. 보너스에 대한 기대가 높다. ‘떡값’을 기다리는 설렘도 있다. 그런데 이게 남의 얘기인 근로자가 많다. 받아야 할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명절 때면 단골처럼 등장한다. 문제는 이런 임금체불이 이번 추석에 사상 최대가 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올 들어 8월말까지 임금체불로 진정한 근로자는 21만4천52명, 체불액은 9천47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근로자 수는 12%, 체불액은 11% 늘었다. 이 추세대로 가면 올해 전체 임금체불액은 1조4천억원을 넘어설 게 확실하다. 고용노동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 그렇다. 사상 최악의 임금체불 시대가 온 것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임금체불액은 7천492억원이었다. 8월말에 8천억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과 2014년 두 번뿐이었다. 2009년은 외환위기였다. 당시 체불액이 사상 최대인 1조3천438억원이다. 결국, 올 임금체불이 외환위기나 IMF 환란 때의 그것을 넘어서게 됐다는 얘기다.
때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란 게 있었다. ‘고의ㆍ상습 체불 사업주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경고다. 악덕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공식처럼 등장하던 대책이다. 그런데 실효가 없었다. 임금체불은 계속 늘었고 결국 사상 최악을 앞두고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체불부담보다 처벌부담이 작아서다. 기타 자금 이자보다 임금 체불 이자가 싸게 먹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임금체불 해결이 후(後)순위로 밀려난 것이다.
이 허점을 해결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체불임금 지연이자제다. 현행법에도 체불임금 이자제도는 있다. 하지만, 이는 퇴직 근로자에만 해당한다. 이를 재직 근로자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 임금이 다른 경영자금보다 선(先)순위로 자리할 수 있다. 지연이자의 폭이 중요하다. 세금 등 각종 공과금의 이자율 또는 금융 이자율과 같거나 높아야 한다. 그래야 ‘월급은 늦게 주는 게 이득’이라는 악덕 경영 사고를 뜯어고칠 수 있다.
지금은 IMF도 아니고, 외환위기도 아니다. 그런 대한민국의 근로자 임금체불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정권이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난 과거 대책에 매달려선 안 된다. 감옥 보내고, 공개 망신주는 것 외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방법의 하나로 ‘체불임금 이자제의 재직자 확대 적용’을 요구한다. 다행히 정부 일각에서도 이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들린다. 시행을 서둘러 추석을 앞둔 근로자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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