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회한 20대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여야 간의 정쟁으로 얼룩져 국민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인 19대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여 어느 정당에도 과반수를 주지 않고 협치 의정을 펼치라고 명령을 하였는데, 국회는 국민의 이런 기대를 여지없이 또 저버리고 있다.
20대 국회가 개원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총선 직후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 ‘협치를 하겠다’, 심지어 ‘의원 세비를 삭감하겠다’ 등 갖가지 약속을 하였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9월 정기국회 초기에 보여준 여야 국회의원들과 국회의장의 행태를 보면 협치는 고사하고 내년 대선을 겨냥한 갈등과 정쟁만 있을 것 같다.
우선 최근 수일간 국회에서 전개된 여야 간의 정쟁은 국회가 과연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에 대한 의문을 더해 주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무려 38일만인 지난 2일 겨우 통과되었다. 추경은 침체된 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을 위해 시급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추경과 관계없는 사안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소비, 추경효과를 반감시킨 것은 민생국회와는 거리가 멀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역시 문제이다. 국회법에서 국회의장의 당적을 금지한 것은 특정 정파에 이해를 대변하지 말라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사드배치 등 민감한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여당으로부터 사퇴요구까지 받은 것은 의장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킨 것이다. 또한, 이 문제를 대화로 풀기보다는 의장실까지 점령하는 물리력에 호소한 여당, 과거 야당 자신들이 자주 사용했던 행태는 생각하지 않고 자극적인 태도로 여당을 비난했던 야당지도부의 절제되지 못한 언행은 모두 비난받아야 한다.
100일 동안 개최되는 정기국회는 새해예산안 심의, 국정감사를 하는 회기이기 때문에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의정 활동 기간이다. 더구나 새해예산안은 정부가 약 400조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 제출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심의가 요청됨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이 정쟁으로 일관하고, 더구나 내년 대선을 의식한 여야 간의 ‘기’ 싸움만 한다면, 부실심사가 될 것이다. 따라서 막판 예산안 통과 법정 시한에 묶여 예년과 같이 여야 간 적당히 나눠먹기식, 지역구 챙기기 예산심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대 국회는 정기국회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국회의 협치 의정에 대한 국민의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 되지 않기를 간절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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