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 ‘황금알’ 승부수… 한국은 규제 ‘오리알’ 위기감
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금융 미래도 핀테크 산업의 발전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아직까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의 등장으로 새로운 금융산업의 형태가 만들어졌지만, 이전에 없던 산업인 만큼 각종 제약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적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오픈마켓, 하나은행은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등 일부 금융사는 본업을 뒤로한 채 수익을 좇는 사업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기술금융, 금융혁신을 외치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뿐인 걸까. 금융은 나라 경제가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곳곳에 산소(돈)를 전달하는 혈액 역할을 한다. 금융의 정체는 곧 나라 경제의 죽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많은 자금 혜택과 지원이 집중된 지금 우리 금융은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발전 모색이 필요하다.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이 퇴보하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핀테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IT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고 재능 또한 잠재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발맞춰 금융사들도 핀테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핀테크 산업을 선도해 나간다면 우리나라가 제2의 ‘월스트리트’, 제2의 ‘시티 오브 런던’이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핀테크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세계 금융의 중심지 영국 런던을 찾아 우리가 가야할 길을 모색해봤다.
■ 뒤늦은 인터넷 전문은행… 시중은행, 속속 모바일 시장 도전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 나선다고 발표하면서 금융권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예비인가를 받은 곳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두 곳이었다. K뱅크는 9월 중, 카카오뱅크는 11~12월 중 본인가 신청을 목표로 은행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중금리대출,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혁신 사업모델을 도입하고 온라인 중심의 계좌개설, 간편결제,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은 전 세계적 추세에 비하면 분명 늦은 감이 있어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도입돼 현재 미국, 일본, 유럽, 싱가포르, 홍콩 등 금융 선진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설립에 대한 논의 자체는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이어졌음에도 기존 은행권의 반발을 비롯해 설립 초기 수익률 악화에 따른 부실화 우려, 지배 구조, 업무 범위 등에 대한 이견이 나오면서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핀테크 시대에 발맞춰 은행권도 모바일 금융서비스 확충에 나섰다. 우리은행 위비뱅크, 신한은행 써니뱅크, KB국민은행 리브 등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 위비는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가입자가 7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은 모바일플랫폼 사업 강화를 위해 빅데이터 추진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면서 모바일 금융시장 확충을 도모하는 중이다. 신한은행 써니뱅크 또한 환전앱과 자동차 대출 등 특화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환전 이용 고객은 60만명, 자동차 대출 취급액은 2조5천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의 리브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고객 잡기에 뛰어들었다. 모바일상품권, 교통카드 충전, 경조사비용 송금 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고 있는 만큼 스마트금융을 통한 비대면 창구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정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화 외면ㆍ각종 규제… 이대로는 성장 멈춘다
문제는 이 같은 기존 금융권 및 인터넷전문은행의 핀테크 산업은 현재 세계적 추세인 ‘글로벌화’에 전혀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스마트금융은 세계로의 발판이 아닌 국내 내수용에 불과한 형편이다.
환전, 상품권 등 대표적인 서비스 자체가 국내 이용고객에 대한 혜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갤럭시 시리즈로 대표되는 삼성이 모바일을 통한 간편결제 ‘삼성페이’를 도입하면서 플랫폼은 갖춰지긴 했으나, 기존 금융권들의 무관심 속에 국내 은행권의 서비스가 실질적인 글로벌화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면서 실질적인 핀테크 글로벌 진출은 일부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 등 핀테크 전문업체들의 손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4월 정부는 해외송금 사업에 핀테크 업체들의 참여를 허락하면서도 은행과의 제휴를 선결 조건으로 발표하면서 핀테크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핀테크 기업을 통해서도 외화 송금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제도 확충과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존 규제가 핀테크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변화시켜 핀테크 업체의 운신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또한 핀테크 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지원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라 단언한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교수)은 “결국 국내 핀테크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세계시장에 진출해 우리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아직 핀테크 산업이 취약한 개발도상국 등에 진출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창출해낸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이관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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