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끼리 간소하게… 결혼식·돌잔치 ‘스몰’ 바람

결혼식은 호텔·예식장 아닌 하우스웨딩
돌잔치는 10여명만 초대… 복돈도 생략
경기불황으로 허례허식보다 실속 중시

▲ '스몰'바람1

지난 4월 인천에 거주하는 이승재씨(45)는 전문 업체를 통해 돌상과 드레스, 출장 촬영 등만 주문해 딸의 돌잔치를 치렀다. 돌잡이 용품은 손수 준비했다.

이씨는 “불경기에 호텔 같은 곳에서의 돌잔치는 엄두를 못냈다”면서 “필요한 물품들만 간략히 마련한 돌잔치가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작은 돌잔치만이 아니다. 결혼식을 비롯해 회갑과 고희연 등 장수연잔치에서도 ‘스몰’ 바람이 불고 있다.

 

■ 작은 돌잔치로 변모… 복돈도 ‘NO’

뷔페나 호텔처럼 넓은 장소에서의 돌잔치는 많은 하객 수만큼 식대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의상, 스튜디오 사진 촬영을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이에 하객들을 받지 않고 직계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진행하는 돌잔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객들을 위한 경품 추첨뿐만 아니라, 돌잡이와 축의금 명목으로 하객들에게 걷는 ‘복돈’ 역시 생략한다. 

하객과 아이의 부모 모두 경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조사비가 주요 구성 항목인 ‘가구간 소비지출’이 지난해 2분기 19만8천원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 19만800원으로 소폭 감소, 경기불황과 맞물려 경조사비 지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기념행사 전문업체 ‘빅데이’의 신혜정 대표는 “돌잔치의 경우 적게는 10여명의 하객들만 초대한 소규모 형식이 많아지고 있다”며 “잔칫상이 작아질수록 업체 수익은 줄어들지만 고객들은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 내 맘대로, 내 식대로 치른다

가까운 지인들만 초청해 진행하는 하우스웨딩은 자택에서 진행하는 소박한 예식을 뜻했다. 요즘은 작은 공간에서 100여 명 이하의 하객들만 모여 진행하는 ‘가든파티’를 표방한 예식을 의미한다. 

하우스웨딩은 호텔이나 전문 예식장 같은 대규모 공간이 아닌 카페나 레스토랑 등 비교적 작은 장소에서, 신랑ㆍ신부의 기호에 맞게 색다른 분위기와 공간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적은 수의 하객만 초청하려는 재혼이나 국제결혼의 경우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케나 드레스ㆍ턱시도, 청첩장처럼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은 전문 업체를 통해 준비하는 게 수월하다. 신랑ㆍ신부가 원하는 콘셉트를 제시하면 업체들은 그에 맞는 예식을 꾸민다.

 

이 외에 회갑, 고희연과 같은 장수연잔치에서도 떡, 과일, 케이크, 꽃장식 등을 한 묶음으로 구성한 상품군을 다양하게 내놓은 업체들도 있어 원하는 가격에 따라 선택폭을 넓힌다.

 

이 같은 ‘스몰’ 현상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덩달아 개인의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남의 시선을 중시하기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가치 있는 소비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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