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주고 사먹은 메로구이, 알고보니 왁스 원료 기름치…설사유발ㆍ2012년부터 식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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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왁스 원료 기름치, 연합뉴스
왁스 원료 기름치.

전국의 일부 음식점들이 왁스와 세제 등의 원료인 심해어 기름치(Oil Fish)를 고급 메뉴인 메로구이로 속여 팔다 경찰에 입건됐다.

기름치는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기름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지난 2012년 6월1일부터 국내 식용 유통이 금지됐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정모씨(52)를 구속하고 음식점 대표 김모씨(59) 등 1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지난해말까지 3년 9개월 동안 8천800만원 상당의 기름치 뱃살 등 부산물 22t을 구이용으로 가공, 국내 도·소매업체 7곳과 음식점 12곳 등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한번에 한사람이 섭취하는 메로구이가 약 100g인 점을 감안, 이 기간 동안 유통된 기름치는 22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기름치 살코기 부위를 스테이크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목적으로 국내에 반입, 작업 후 폐기하게 돼 있는 부산물을 국내 판매용으로 가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거래장부에 약어를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냉동수산물 등으로 표기하는 수법으로 당국의 감시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대금을 받을 때는 지인 명의의 계좌를 빌렸다.

김씨 등은 불법으로 가공된 기름치 부산물을 고가의 메로구이로 속여 손님들에게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기름치는 ㎏당 가격이 3천원 정도지만 메로는 ㎏당 가격이 2만원에 가까워 구워서 양념을 곁들이면 육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 정씨가 유통한 메로가 기름치라고 확인했다.

경찰이 적발한 도·소매 업체와 음식점의 지역은 부산, 전북, 광주, 전남, 대구, 경기, 강원, 인천 등 전국적이다.

한편, 기름치는 농어목 갈치꼬리과(Gempylidae)에 속하는 심해 어종으로 뱃살 등에 인체에서 소화되지 않는 기름성분(왁스 에스테르·wax ester)이 많으며, 지방 함량은 18∼21%이고, 지방 성분의 90% 이상이 왁스 에스테르다.

경찰 관계자는 “도·소매 업체가 연류된 것으로 보아 기름치를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판 음식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행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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