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열정 땀방울’… 주렁주렁 ‘꿈의 열매’
수입산 포도가 밀려들어 와 문을 닫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경기지역 노지ㆍ시설 포도 등의 농가 56곳이 폐업지원금을 신청하기도 했다. FTA로 수입 포도 물량이 급증하면서 포도 가격이 하락한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수입산 과일 공세에 맞서 친환경 포도 생산과 수출 확대에 힘을 쏟는 등 신시장을 개척하고,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명품 포도의 명성을 이어나가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원장 임재욱)이 육성, 지원하는 경기도포도연구회(회장 한규용)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도산업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이들에게 위기는 기회와 같은 말이었다.
경기도포도연구회는 지난 1997년 화성, 안성, 안산, 가평, 포천, 김포 등 포도 주생산지와 인근 지역의 농업인을 중심으로 한 선진농가들의 모임으로 출범했다. 현재는 12개 시ㆍ군에서 100명이 활동하는 연구회로 성장해 경기도 포도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경기도의 포도 재배면적은 2천901㏊로 전국의 포도 재배면적(1만6천348㏊)의 17.7%를 차지한다. 포도 생산량은 전국 26만8천556t 가운데 14.7%인 3만9천531t이 생산된다.
경기도는 이미 전국에서 인정받은 전국 최고품질의 포도생산 지역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의 탑프루트 사업 추진으로 진행된 탑푸르트 포도단지는 도내 포도면적의 11%로 347㏊에 이른다. 화성, 안성, 안산, 김포, 포천, 가평 등지에서 총 13개소의 탑푸르트 단지를 운영해 지난해에는 안산에서 대통령표창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현재까지 대통령 표창 2회, 국무총리 표창 2회, 장관표창 4회를 수상하는 성과를 올리며 전국 최고의 포도생산지임을 증명했다. 포도 생산단지의 후발주자였던 화성시 서신면은 지난 2008년 당시 최고 대상이었던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포도 명품 생산단지로 떠올랐다.
여기에는 신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힘을 쏟는 도농기원과 경기도포도연구회원들의 합심과 노력이 있었다. 도농기원에서 진행한 기술 교육과 품평회를 통해 경기지역의 포도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우선 도농기원의 기술 도움 등으로 캠벨얼리 포도 당도는 기존 13° Bx에서 현재 15∼18° Bx으로 끌어올려 포도 맛을 더욱 좋게 했다. 송이 중량 역시 기존 500∼700g에서 현재 450g 내외로 소량화해 먹기 편리한 현대인들 입맛에 맞췄다.
또 도농기원은 강우에 병원균 전파가 확산해 갈반병, 탄저병 등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문제를 막고자 연구회 운영 초기부터 포도주산지를 중심으로 포도 간이 비 가림 재배를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캠벨얼리 품종, 거봉 품종 등 다양한 품종의 재배환경에 맞는 비 가림 시설을 총 1천680㏊ 설치하게 됐다. 또 포도 시설재배 기술을 296㏊ 보급해 20~30일 포도를 조기 출하하는 성과도 올렸다. 다양한 삼색포도 칼라 품종의 포도를 보급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캠벨얼리나 거봉은 기존에 흑색이지만 흑(흑보석 등), 청(샤인마스캇 등), 적색(홍이슬 등)의 다양한 포도 품종 보급이 220㏊ 보급된 상태로 앞으로 450㏊까지 보급할 예정이다.
다양한 교육과 현지 벤치마킹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에 맞춰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도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11월 5~6일까지 화성 하내테마파크에서 열린 ‘경기 명품포도 경쟁력 강화 기술세미나’에서는 연구회원 78명과 시ㆍ군 관계자, 도농기원 전문가 등이 자리해 고품질 포도생산 기술과 올바른 병해충 방제 세미나, 포도산업 발전과 재배기술 능력배양을 위한 토론회 등을 개최해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국내 포도생산과 유통 소비현황을 살펴보며 마케팅 방안을 찾고, 농업경영에 필요한 법률지식과 세무 교육 등을 진행해 상표등록과 저작권, 농업과 관련된 일반 법률 등에 대한 지식을 얻는 기회도 얻었다.
지난 7월18일부터 19일까지 1박2일 동안 경북 상주와 김천에서 열린 ‘고품질 포도 판매증진을 위한 유통마케팅 교육’에서는 연구회원 40명이 타지역의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통해 포도 농가의 기술을 높이고, 농업인들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지역농산물 생산 네트워크 구축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 자리에서 회원들은 포도품종의 다양화를 통해 포도산업의 가치를 부각하고자 새로운 유망 품종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수도권이라는 이점을 살리고, 각종 인증보다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되는 등 포도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포도 농가는 수입 과일 증가로 소비부진에 따른 어려움이 크다.
국내 포도 ㎏당 평균 도매가격은 캠벨얼리가 지난 2011년 4천716원에서 지난해 3천590원, 거봉이 5천810원에서 4천831원으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난해 포도 수입량은 6만6천193t, 수입액은 2억116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회원들과 도농기원은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내 명품 포도의 명성을 되찾고,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포도를 만들고자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품질 향상에 매진한다고 다짐한다.
특히 경기도는 안성, 화성, 안산, 김포 등 서해안 관광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삼색포도 재배단지를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씨 없는 삼색포도 등 유럽종 고당도 칼라포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도농기원에서는 샤인마스캇, 썸머블랙 등 씨없는 삼색포도 품종을 확대보급하고, 재배기술 교육 추진할 계획이다.
한규용 회장은 “경기도 포도 농가 대다수가 고령 농민들인데다 FTA로 수입산 포도가 신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소비자와 가까이에 있는 경기도의 기후적인 특성에 맞춰 신품종을 개발하고, 수도권의 이점을 살려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6차산업화를 추진하는 등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기도 포도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가겠다”고 자신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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