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처벌·개선 ‘3無대책’ 쇳가루마을 주민 ‘배신감’

市·서구 “원인찾아 조치” 앵무새 답변
폐기물처리업체 등 위반 적발 ‘0건’
“마을·공장 둘중의 하나 이주 시켜야”

인천시와 서구청이 서구 왕길동의 ‘쇳가루 마을’(본보 8월3·8·24일, 9월1일자 1·7면)에 대한 대책을 줄줄이 내놨지만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인근 공장에 대한 조사와 지도·점검 등을 통해 오염은 확인했지만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7일 시와 구 등에 따르면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주민이 마을을 둘러싼 각종 폐기물처리업체 등 때문에 큰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달여만에 업체에 대한 조사와 지도·점검 등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시가 내놓은 대책은 마을 주변 환경유해업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관련법에 따라 처분하고, 매 분기마다 마을의 중금속 등 대기 오염도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대기질을 개선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책이 부실하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시와 구가 최근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인근 마을의 대기질 오염도가 매우 높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정작 폐기물처리업체 등에 대한 지도·점검에선 업체의 위반사항은 단 1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당연히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여전히 먼지와 쇳가루로 올 여름 내내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마을’과 ‘공장’ 중, 하나의 집단 이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인천에선 중구 연안부두 인근 항운·연안아파트가 각종 소음·분진 등 주민 주거 환경이 매우 나빠지자, 시 등 관계기관이 송도국제도시로 집단 이주하는 방안을 추진한 선례가 있다.

 

주민 B씨(60·여)는 “보상도 필요 없고, 살수만 있게 해달라. 공장 허가 내 시나 구가 나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달라.”면서 “땜질식 조사는 그만두고 공장을 이전시키든, 우리를 살수 있는 곳으로 이주시켜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많은 방법을 총 동원해 비산먼지 원인을 찾고 있다. 정확히 원인을 찾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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