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성서 통일신라시대 ‘대형 건물터’ 발견

판축기법·암거형 석축시설 등 국내 최초 특이구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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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시대에 축조된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성에서 통일신라시대 판축 기법으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터와 유물이 원형 그대로 발견됐다. 사면에 1m 너비의 흙벽을 쌓고 일정한 간격으로 통풍구(암거형 석축 시설)를 설치한 구조로 벽과 기둥 자리 등이 거의 원형대로다. 계양구청 제공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성에서 판축기법을 사용한 벽체 등 특이 구조를 가진 건물터가 국내 최초로 발견돼 지역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토벽 구조가 고려토성 축조 방식의 원시적 형태를 갖추고 있어, 우리나라 건축사와 성곽기술의 발달과정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유적이라는 평가다.

 

7일 구에 따르면 계양산성 발굴조사 결과, 산성 서북쪽 건물추정지에서 240㎡ 규모의 대형 건물터와 집수시설, 제사유적 등 통일신라시대 유적과 유물이 다수 발견됐다.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터에서는 국내 최초로 사면의 벽체와 통풍을 위한 암거형 건축시설, 안팎의 기둥자리 등 건물의 벽체구조가 완벽한 상태로 출토됐다.

 

특히 사면의 벽체는 흙과 물을 섞고 잡석을 더해 한 겹씩 다지며 쌓는 판축기법으로 지어져, 삼국시대의 건축기법과 고려시대의 토성 축조방식을 잇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삼국시대에는 흙과 물이, 고려시대에는 이에 더해 잡석과 기와조각 등이 사용됐다.

판축기법과 함께 일정한 간격으로 통풍구를 설치한 암거형 석축시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구조다.

 

발굴에 참여한 하문식 세종대학교 박물관장은 “이 하나 빠진 것 없을 정도로 이처럼 온전하게 건물터가 출토된 경우는 역사상 처음”이라며 “특히 판축기법이 사용된 사면의 벽체는 고려시대 강화 중성 등의 토성 축조방식과 흡사해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물터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기와 조각이 발견됐고, 아래에는 암반을 다듬어 만든 제사유적과 물을 모으는 집수시설의 흔적도 조사됐다. 집수시설은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큰 역사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밖에도 제사유적에서는 접시와 대접, 종지 등 5점의 토기가 발견됐다. 보통 건물이 무너지면서 유물은 대부분 파손되는데, 이번에 발견된 유물은 암반 밑에서 발견, 거의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 관계자는 “발굴조사 성과와 지난 2일 열린 자문회의 의견을 기초로 문화재청과 협의를 나눈 뒤, 정밀 발굴 여부 등 진행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유적이 잇따라 발굴돼 계양산성의 국가사적 지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계양산성은 지난 7월 28일 실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자료보완절차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봄께 국가사적 지정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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