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금융혁신, 규제 넘어 미래로] 完. 인터뷰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이젠 모바일 속 화폐전쟁… 개도국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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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가 미래의 먹거리라고 하지만 국내 핀테크 산업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이미 핀테크 산업이 발전해 어른으로 성장한 국가는 물론이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계 핀테크 업계의 환경 속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막 피어난 핀테크라는 새싹을 지키고 성장시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은 이에 대한 해답을 충분히 제시해주고 있다. 정부는 창업 규제를 없애 우수한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기존 대형 금융사들이 갖춘 선진 시스템을 접목해 스타트업을 이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낸다. 핀테크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발 늦긴 했지만 우리에게도 ‘틈새시장’은 있다. 국내 핀테크 산업 육성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경영학부 교수ㆍ코차이금융경제연구소장)은 ‘개발도상국’을 블루오션으로 꼽았다.

아직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 우리의 핀테크 기술을 도입한다면 새로운 성장사다리 구축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던 지난달 18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에게 핀테크의 중요성과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 핀테크 혁명, 화폐 존재이유 사라졌다

“핀테크는 ‘글로벌 대세’다.” 정 센터장은 핀테크 산업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유가 있다. 스마트 시대를 맞아 지갑은 갈수록 얇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바일 금융과 모바일 결제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ㆍ디지털화폐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굳이 현금과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휴대전화만 있으면 편의점 등 소액결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 센터장은 결과적으로 현재의 화폐 개념이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온라인 결제는 전체 결제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모바일만 있으면 모든 결제가 가능해지는 만큼 화폐의 존재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정 센터장은 이러한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혁명’이라고 지칭했다. 기존의 글로벌 기축통화 등의 개념이 모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의 위력은 더욱 커지고 세계가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통화가 나올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에서 앞서나가야만 이러한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국내 은행 등 금융권이 리스크 때문에 핀테크 산업 외연 확장에 주저하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기도 하다. 정 센터장은 “해외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내수용에만 머무른다면 결국 핀테크 산업의 변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우수한 IT 기업이 있고 관련 인프라도 충분한 만큼 금융 글로벌 외연 확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선진국·개도국 투트랙 접근 ‘글로벌 진출’

정 센터장은 우리 핀테크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투트랙’ 방식을 제언했다. 

영국 등 선진 금융 시스템이 갖춰진 국가와는 협력을 통해 우수한 기술과 인프라를 배우고, 개발된 모델을 금융 산업이 우리보다 낙후된 개발도상국에 진출시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캄보디아와 미얀마가 꼽힌다. 

온라인 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나라임에도 아직 핀테크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 우리 기업이 진출할 여지가 높다는 이유다. 

정 센터장은 “선진국으로 곧바로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은 반면 이러한 개발도상국은 우리 기술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며 “금융 서비스는 선진국과 비교해 낙후된 편이지만 서서히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개발도상국 진출이 결국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이 늘어날수록 우리 기술을 이용하는 국가가 많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핀테크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금산분리 이슈ㆍP2P 대출 등 각종 규제가 없다는 점, 삼성전자의 모바일을 바탕으로 한 앞선 하드웨어, 네이버ㆍ카카오 등 대형 IT기업 등이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글로벌 진출의 호재다. 

정 센터장은 “핀테크는 우리 금융 수출의 첫발을 떼는 기념비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으로의 진출을 어렵다고만 느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장한다면 해외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우리 기술을 더욱 널리 알리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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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13일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동남아 핀테크 로드쇼’(Fintech Demoday in South-East Asia)에서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 무궁무진한 핀테크의 활용

정 센터장은 핀테크라는 금융현상의 신 트렌드가 일종의 ‘수익모델’로만 생각된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핀테크의 위력은 자체적인 플랫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과 융합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의료, 빅데이터, 보험 등과의 연계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주목을 받는 직구ㆍ역직구에서도 핀테크는 핵심 요소다. 온라인 수입 창구, 온라인 배송 등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된 핀테크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그 외화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공산품을 만들어 수출하지 않더라도 수출 확대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핀테크는 전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정 센터장의 전망이다. 정 센터장은 “핀테크 산업의 발전은 최근의 트렌드이자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핀테크 파고를 피해갈 수 없는 게 우리 금융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핀테크 산업에서는 가격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빠른 정보, 편리함, 안전함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며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우리의 단점을 줄여야만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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