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고 했다. 추 대표는 이번 계획에 대해 “과거와의 화해”라는 의미를 달았다. “돌아가신 대통령들은 묘소를 갈 수밖에 없고, 살아계신 대통령들은 방문하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취임 후 추 대표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이해된다.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전(全) 전 대통령을 예방키로 한 12일에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의 만남도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더민주당이 시끄럽다. 추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왔다. 이개호 의원은 “찾아간다고 해서 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우리에게 돌아서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왜 국민의 지탄을 받는 그분이 먼저냐”라고 힐난했다. 양향자 최고 의원은 “파렴치한 놈을 왜 만나느냐”며 막말까지 동원했다.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문재인 전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다는 점 등 절차상의 문제도 난타당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과오를 새삼 꺼낼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모처럼 조성되는 정치권의 ‘상대방 끌어안기’다.
현재 정치권은 전에 없던 구도가 만들어졌다. 영남을 기반 삼는 새누리당에 호남 출신 대표가 탄생했고, 호남을 기반 삼는 더민주당에 영남 출신 대표가 탄생했다. 이런 외연은 곧바로 ‘상대방 끌어안기’라는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DJ 정부에 협력하지 못한 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개 사과했다.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은 어찌 보면 이렇게 치고 나가는 새누리당을 의식한 대응 전술의 의미가 있다.
초등학생도 짐작할 수 있는 정치공학적 예방이다. 그런데 이런 걸 두고 당이 벌집이 됐다. 대표의 결정을 ‘정치적 야합’이라도 되는 양 맹공격했다. 이승만ㆍ박정희 묘소 참배나 전 전 대통령 예방을 당의 가치와 직결시키는 종래의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이다. 답답하다. 언제까지 이럴 건가. 언제까지 전직 대통령 예방을 최고위 의결 사안으로 붙들고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가도 되는 묘지’와 ‘가면 안 되는 묘지’를 갈라 놓고 있을 건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한 사면은 정적(政敵) 전두환ㆍ노태우 석방이었다. 재임 중에도 전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극진히 대접했다. 그런 DJ가 입원하자 이번엔 전 전 대통령이 문병했다. 그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때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것이 참다운 DJ 정신 아닌가. 이번에 취소된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이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당원들이 기꺼이 찬성하는 가운데 성사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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